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올해 4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근마켓과 CJ대한통운의 전략적 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당근마켓이 출시한 '바로구매' 서비스에서 CJ대한통운이 독점 배송을 담당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제휴를 넘어, 중고거래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3,500만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중고거래 시장은 이제 양적 성장의 포화점에 다다랐다. 더 이상 새로운 사용자를 모으는 것만으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기존 고객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거래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이른바 '고객생애가치(LTV)' 극대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LTV를 높이는 핵심은 완결성 있는 거래 경험이다. 사용자가 사기 걱정 없이, 배송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를 마칠 때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는 극대화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제, 검수, 배송, 반품을 아우르는 '구매 후 가치사슬'의 통제권이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고, 물류는 이 모든 과정의 핵심 인프라다.
세 가지 전략, 세 가지 미래
주요 플랫폼들은 물류를 지렛대 삼아 각기 다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당근마켓의 '생태계 통합' 전략은 수평적 확장에 방점을 둔다.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라는 강력한 기반 위에 CJ대한통운이라는 최고 수준의 물류 파트너를 결합해 전국 단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야심이다. 직접 물류 인프라를 소유하는 대신, 검증된 파트너와의 독점 제휴를 통해 자산은 가볍게, 서비스 경험은 무겁게 가져가는 전략이다.
번개장터의 '수직적 전문화' 전략은 정반대다. 고가의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여 가치사슬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검수' 단계를 직접 통제한다. '번개케어'를 통한 정품 인증 서비스는 대체 불가능한 신뢰를 제공하며,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한다. 규모가 아닌 마진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중고나라의 '개방형 플랫폼' 전략은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다. 편의점 택배부터 화물운송까지 다수의 물류 파트너를 참여시켜 사용자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제공한다. 가치사슬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장(marketplace)'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