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배송을 설계한다①] 도시가 문을 닫는다
물류 트럭이 도심에 들어가려면 '면허'가 필요한 시대
2025년 1월 1일, 암스테르담 도심에 디젤 트럭이 진입할 수 없게 됐다. 로테르담, 위트레흐트, 아인트호번, 흐로닝언까지 네덜란드 18개 도시가 동시에 화물차 전용 제로배출구역(ZEZ-F, Zero Emission Zone for Freight)을 시행했다.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도심 화물차 배출 규제다. 이 말은 곧, 디젤 트럭으로는 도심 배송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시행 반년 만에 네덜란드에서 신규 등록되는 밴의 78%, 중형 트럭의 76%가 전기차였다. EU 최고 수치다. 전기트럭 판매는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암스테르담만 보면 질소산화물(NOx) 14% 감소, 전체 교통 CO₂ 11% 감소 . 규제가 시장을 바꿨다. 시장이 아니라 도시가 물류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
유럽, 500개 도시가 문을 닫는다
네덜란드는 시작일 뿐이다. 유럽 전역에서 도시가 물류에 ‘진입 허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EU 내 저배출구역(LEZ)은 2019년 228개에서 2022년 320개로 늘었고, 2025년 507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화물차에만 적용되는 제로배출구역(ZEZ-F)은 더 급진적이다. 네덜란드가 18개 도시로 시작해 30~40개 도시로 확대 예정이고,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이 뒤를 잇고 있다.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도시는 런던이다. 런던의 초저배출구역(ULEZ)은 2019년 중심부에서 시작해 2023년 도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중심부 NO₂ 농도는 46% 감소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비용 구조’에서 나타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차량은 하루 12.5파운드(2만 4500원, 2026년 2월 18일 기준))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하고, 미납 시 최대 180파운드(35만 3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비용은 일회성 페널티가 아니라 도심에 들어올 때마다 반복되는 운영비다. 그 결과 일부 물류사는 노후 디젤 밴을 조기 처분했고, 일부는 도심 외곽 마이크로 허브에 집하 후 전기밴이나 카고바이크로 환적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재설계했다. 규제가 차량 선택을 넘어 물류 운영 모델 자체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파리는 2030년까지 디젤 차량 전면 금지를 선언했고, 인구 15만 명 이상 모든 프랑스 도시에 LEZ가 의무화됐다. 마드리드 LEZ는 NO₂를 29~35% 줄이면서, 동시에 도심 소매 매출은 8.6% 증가했다(비아노바). 깨끗한 도시가 더 잘 팔린다는 점을 숫자로 증명한 사례다.
C40 Cities 네트워크에서는 파리, 런던, 로스앤젤레스, 암스테르담 등 36개 도시가 2030년까지 주요 구역 제로배출을 공약했다. 화물 차량은 도시 교통의 소수이지만, 도시 온실가스의 약 25%를 배출한다(유럽집행위원회). 소수의 차량이 다수의 오염을 만든다. 도시가 가장 먼저 규제하는 이유다.
핵심은 이것이다. 유럽에서 라스트마일은 더 이상 ‘빠르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도심에 들어갈 자격이 있느냐가 먼저다.
서울, 이미 시작됐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은 유럽보다 느리지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12월부터 녹색교통지역(사대문 안)에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번호인식카메라로 단속하며, 위반 시 1일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5등급 차량은 2019년 210만 대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2022년 9월 발표된 '더 맑은 서울 2030' 계획은 로드맵을 더 앞으로 끌어당겼다. 2025년부터 4등급 경유차까지 녹색교통지역 운행을 제한하고, 5등급 차량은 서울 전역에서 연중 운행이 제한된다. 4등급 경유차는 3등급 대비 미세먼지 발생량이 6배 많다. 서울시 기준 저공해 미조치 4등급 경유차량은 약 8만 대다.
물류 차량은 직접 겨냥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택배 화물차 6,100대를 2026년까지 100% 전기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배달 오토바이 3만 3,400대는 2025년까지, 경유 마을버스 457대는 2026년까지 전량 전기차 전환이 목표다. 택배사·전자상거래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기화물차를 우선 지원하며, 물류센터에 최적화된 충전기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이후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제7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2025년 12월~2026년 3월)는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6대 특·광역시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위반 시 1일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수도권에서만 운영되던 제도가 불과 3년 만에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된 것이다.
부산은 물류 도시라서 충격이 더 직접적이다. 부산시는 30개 지점 43개 단속카메라로 5등급 차량을 적발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낙동강유역환경청과 합동으로 항만지역 대기질 개선 캠페인을 실시하며, 화물차휴게소에서 직접 운행제한 제도를 안내한다. 항만 물류의 시작점에서부터 노후 경유 화물차에 퇴장 신호가 켜진 것이다. 대구도 동일한 단속 체계를 운영 중이고, 광주·대전·울산·세종은 2024년 12월부터 합류했다.
서울의 장기 로드맵은 더 급진적이다. 2035년 모든 내연기관차의 녹색교통지역 운행 제한과 신규 등록 금지. 2050년 서울 전역 내연기관차 운행 제한. 총 투입 예산 3조 8,000억 원. 서울연구원은 유럽 LEZ 확산 추세를 분석하면서, 서울도 운행제한을 계절관리제 기간에서 상시 운행제한으로 앞당겨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연구원, 2024).
| 구분 | 네덜란드 | 한국 (서울 + 전국) |
|---|---|---|
| 시행 시점 | 2025.01 (18개 도시 동시) | 2019.12 (5등급), 2025 (4등급 서울) |
| 대상 | 화물차 전용 (ZEZ-F) | 전 차종 (배출가스 등급제) |
| 범위 | 도심 전체 | 서울 녹색교통지역 → 전국 7개 광역시 |
| 최종 목표 | 2030 완전 제로배출 | 2050 서울 전역 내연기관차 제한 |
| 전기화 속도 | 신규 밴 78% 전기차 | 택배차 6,100대 2026까지 전기화 목표 |
| 인센티브 | 전기차 구매보조금 $5,900+ | 중형 4,000만 원 / 대형 6,000만 원 (2026 신설) |
| 단속 인프라 | 도시별 ANPR 카메라 | 서울 CCTV + 부산 43개 카메라 등 |
물류는 준비돼 있는가
비교 도표를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네덜란드는 화물차를 특정해서 규제하고, 동시에 전기화 인센티브를 걸어 시장 전환을 유도했다. 서울은 전 차종을 등급별로 단계 규제하면서, 택배·배달·마을버스 등 특정 물류 차량을 전기화 타깃으로 지정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디젤 물류 트럭이 도심에서 퇴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속도다. 네덜란드에서 ZEZ-F 시행 후 전기 밴 비율이 78%로 뛴 것은 규제와 인센티브가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인센티브의 무게를 올리기 시작했다. 2026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의 핵심은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조금 신설이다. 중형(적재량 1.5~5톤) 최대 4,000만 원, 대형(5톤 이상) 최대 6,000만 원. 기존 소형 전기화물차에만 적용되던 보조금이 간선·중거리 물류 영역으로 확장됐다. 전기화물차 예산만 3,583억 원, 전체 전기차 보급 예산 1조 5,953억 원의 20%를 넘는다. 서울시는 2026년 22,526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며, 이 중 화물차 1,200대가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의 택배 화물차 전기화 목표(2026년 6,100대)와 시장 규모($86억, 2024 기준, Ken Research)를 감안하면 전환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현장의 체감은 더 복잡하다. 전기화물차는 디젤 대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는 물류센터마다 다르고, 택배 기사에게 충전 대기 시간은 곧 수입 감소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유럽 도시들은 '제로배출구역'이라는 규제를 먼저 설계하고, 물류 기업에게 적응을 요구했다. 물류가 도시의 규칙에 맞춘 것이다. 한국은? 배출가스 등급제와 계절관리제라는 점진적 규제를 밟고 있지만, 도시 설계 차원에서 물류를 통합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택배 화물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기화만으로는 도심 혼잡, 주차 병목, 마지막 100m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가 배송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지 않으면, 전기 트럭도 결국 같은 골목에서 같은 혼잡을 만든다.
도시가 문을 닫고 있다. 암스테르담이 먼저 닫았고, 런던과 파리가 뒤따랐고, 서울도 단계별로 닫아가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507개 이상의 도시가 배출 기준으로 차량 진입을 통제한다.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은 5~10년 뒤 한국 물류 규제의 예고편일 가능성이 높다.
물류 기업에게 이것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권(access)의 문제다. 도심 접근권은 이제 물류기업의 새로운 면허다. 면허 없는 사업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도심에 들어갈 수 없으면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장 빠른 배송이 아니라, 도시가 허락하는 배송만 살아남는다.
다음 편에서는 도시 안으로 들어온 뒤의 문제를 다룬다. 한국의 아파트, 세계 최고 밀집도의 주거 형태가 라스트마일의 마지막 100m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참고 자료
- ICCT, "Zero emission zones: The Netherlands' path to cleaner urban freight" (2025.10)
- EU Urban Mobility Observatory, "Netherlands leads Europe's transition to zero-emission freight" (2025.10) — 밴 78%, 트럭 76% 전기화, 전기트럭 +188%
- Clean Cities Study — 암스테르담 ZEZ: NOx -14%, CO₂ -11%
- 서울연구원, "서울시 자동차 운행제한의 단계별 운영방안" (2024) — EU LEZ 228→320→507개, 상시 운행제한 앞당김 권고
- 서울시 녹색교통지역 5등급 차량 운행제한 (news.seoul.go.kr)
- 한국경제, "4등급 경유차, 2025년부터 서울 사대문 안 못 달린다" (2022.09.28) — 택배차 6,100대, 배달 오토바이 33,400대
- 상용차정보(cvinfo), "2025년부터 4등급 경유화물차 서울 운행 제한된다" (2022.10.06) — 4등급 8만대, 조기폐차 400만원
- 상용차정보(cvinfo), "'최대 6천만원'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조금 문 열린다" (2026.01.07) — 전기화물차 예산 3,583억원
-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 (2026.01.02) — 중형 4,000만원, 대형 6,000만원
- 서울시, "2026년 전기차 22,526대 보급" (2026.01) — 화물차 1,200대 포함
- 환경부 제7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2025.12~2026.03) — 수도권 + 6대 특·광역시
- Vianova, "Zero Emission Zones Reshape Urban Logistics" — 런던 ULEZ NO₂ -46%, 마드리드 소매 +8.6%
- C40 Cities, Green and Healthy Streets Declaration — 36개 도시 2030 공약
- EU Commission, Zero-emission urban freight logistics — 화물차 = 도시 GHG ~25%
- Ken Research, South Korea Domestic CEP Market — $86억 (2024)
연재 순서
[도시가 배송을 설계한다①] 도시가 문을 닫는다
[도시가 배송을 설계한다②] 아파트가 물류를 결정한다
[도시가 배송을 설계한다③] 마이크로허브가 도시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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