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 6:1 인재 대란, 한국은?
"데이터는 말하지만, 산업은 침묵한다. 보이지 않는 위기가 가장 위험한 이유"
지난해 미국 제조·물류 기업 10곳 중 6곳이 인력 부족을 겪었다. 공급망 전문가를 구하려는 기업과 일자리를 찾는 전문가의 비율은 6 대 1. 공급망 리더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답한다. 공급망 현장의 76%가 인력 부족을 호소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극심하다'고 표현했다.
글로벌 물류·공급망 산업은 '위기(Crisis)'를 외친다. 위기의 언어다.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한국은 조용하다.
통계는 존재한다. 2025년 4월 기준, 운수 및 창고업의 인력부족률은 4.5%로 전 산업 중 가장 높다. 한국은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 공석에 직면했고, 그중 물류 분야가 주요 부족 직종이다. 숫자는 말한다. 하지만 산업은 침묵한다.
국내 물류 유관 학회에서 "물류 인재 위기"를 주제로 한 연구 보고서는 찾기 어렵다. 국책 연구기관의 2025년 연구 과제 목록에도 인재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학계도, 산업계도, 정부도 이 문제를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다.
글로벌이 위기를 외칠 때, 한국은 "인력 부족 좀 있네" 정도로 인식한다.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보이지 않는 위기가 가장 위험하다.
글로벌 데이터가 말하는 위기의 규모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물류전문가 고용이 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해마다 2만2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26%가 늘었다. 수요는 폭발적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지금 일하는 공급망 인력 4명 중 1명은 은퇴 연령이다. 미국에서 공급망 관리를 가르치는 대학은 100곳도 안 된다. 졸업생 수로는 퇴직하는 사람들을 채울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비율은 6 대 1. 어떤 전망은 9 대 1까지 벌어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인사컨설팅 회사 앨콧(Alcott Global)이 공급망 임원 300명을 조사했다. 절반이 인재 부족을 향후 1년간 최대 이슈로 꼽았다. 더 심각한 것은 스킬 미스매치다. 10명 중 6명은 "적합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10명 중 6명은 데이터 분석, 최적화, 자동화 분야 인재가 없어서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를 보면 기업들이 찾는 역량이 뚜렷하다. 데이터 분석(59%), 최신 공급망 기술 이해(45%), 지속가능성 실무가 상위권이다. 그런데 96%는 엔드투엔드 공급망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전략적 사고, 협업, 문제 해결까지 갖춰야 한다. 시장에는 이런 인재가 없다.
이것이 글로벌 물류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다. '위기(Crisis)'라는 단어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의 침묵: 데이터는 있지만 위기 인식은 없다
한국도 데이터는 있다. 통계청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5년 4월 1일 기준 운수 및 창고업의 인력부족률은 4.5%다. 숙박 및 음식점업(3.6%),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3.3%), 정보통신업(3.2%)을 제치고 가장 높다.
직종별로 보면 운전·운송직의 인력부족률은 4.4%로 두 번째로 높다. 부족인원 절대수로는 경영·행정·사무직(6.5만명), 영업·판매직(5.1만명), 음식 서비스직(4.6만명)에 이어 운전·운송직이 3.8만명으로 네 번째다.
한국은 50만 개 이상의 일자리 공석에 직면했다. 기술, 엔지니어링, 간병, 호텔, 물류 분야가 특히 심각하다. 부산은 해상 무역과 물류업에서 인력 수요가 높다. 2026년 물류시장 전망 보고서는 "만성적인 물류 인력 부족"을 구조적 문제로 지적한다.
숫자는 명확하다. 그런데 한국 물류산업은 이것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
주요 물류 학회의 학술지에서 "물류 인재 위기"를 주제로 한 최근 논문을 찾기 어렵다. 국책 연구기관이 발간한 2025년 주요 연구보고서 목록에도 물류 인재 문제는 핵심 과제가 아니다. 물류 전문 매체에서도 인재 위기는 1면 헤드라인이 되지 않는다.
2025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이 개최한 '2026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다뤄진 주요 주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해운·항공 시장 동향, 풀필먼트 경쟁이었다. 인재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글로벌은 "공급망 인재 위기(Supply Chain Talent Crisis)"라는 용어를 쓴다. 위기의 언어다. 한국은? "물류 인력 부족" 정도다. 채용이 좀 어렵다는 정도의 문제로 치부한다. 이 인식 차이가 문제의 핵심이다.
보이지 않는 위기의 실체: 세 가지 함정
한국 물류산업이 놓치고 있는 위기는 세 겹으로 구조화돼 있다.
첫째, 양적 부족의 함정. 통계청 수치 4.5%는 지금 이 순간의 숫자다. 미래는 더 심각하다. 한국도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있다. 물류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50대 이상이다. 10년 뒤 이들이 은퇴하면 어떻게 되는가?
물류업계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한다.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물류현장, 빠른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인공지능(AI) 로봇화 무인화로 변화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세대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물류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공급망 관리를 전공하는 학생은 몇 명인가? 한국에 공급망 관리 전공이 있는 대학은 몇 곳인가? 이 데이터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 공급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다.
둘째, 질적 미스매치의 함정.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조사했다. 기업들이 꼽은 최대 채용 애로사항은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32.3%)였다. 요구 수준에 맞는 인재가 없다(29.4%)는 것이다.
인력 확보가 가장 어려운 직군 1위는 연구·개발직(35.9%)이다. 물류는? 물류는 전문·기술직에 속하는데, 이 직군이 22.3%로 2위다.
문제는 역량이다. 글로벌 조사를 보면 공급망 리더 10명 중 9명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답한다. 한국은? 2026년 물류시장 전망 보고서는 "수기 작업 중심의 비효율, 시스템 간 데이터 단절"을 문제로 지적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동화가 물류의 미래다. 그런데 이런 기술을 이해하고 쓸 줄 아는 물류 인력은 얼마나 되는가? 한국 물류기업 중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를 둔 곳은? 공급망 최적화 알고리즘을 아는 관리자는?
젊은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기존 인력의 역량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글로벌 조사를 보면 제조업체의 38%가 2025년 재교육 계획을 세웠다(2024년 25%에서 증가). 한국 물류기업의 재교육 투자 비율은? 이 데이터도 찾기 힘들다.
셋째, 인식 공백의 함정.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국내 주요 물류 연구기관에서 "물류 인재 위기"를 주제로 한 체계적 연구가 거의 없다. 대학의 공급망 관리 전공 현황 조사도 없다. 역량 격차(Skill Gap) 분석도 없다.
데이터가 없으니 문제의 크기를 모른다. 문제의 크기를 모르니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 위기로 인식하지 않으니 대응하지 않는다. 대응하지 않으니 문제는 악화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다. 그때는 이미 늦다.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지난 5년간 물류센터 면적을 평균 25% 늘렸다. 한국 물류기업도 시설 투자는 한다. 그런데 그 시설을 운영할 인재는? CJ대한통운, LX판토스 같은 대형 물류기업은 글로벌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이들조차 인재 확보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위기가 가장 위험하다.
왜 한국은 물류 인재 위기를 모르는가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물류의 낮은 위상. 한국경제인협회 조사를 보면 기업의 25%만이 공급망을 다른 분야만큼 중요하게 본다. 나머지 75%는? 공급망을 '상황에 따라' 중요하게 보거나, 아예 중요하지 않게 본다.
글로벌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경력 성장 기회 부족'과 '전문직으로서의 공급망 지위 낮음'을 인재 유치·유지의 큰 장애물로 꼽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물류는 '뒷단'이다. 화려하지 않다.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직종이 아니다.
제조, 유통, IT는 대학에 전공이 있다. 물류는? 물류를 전공한다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다. 산업공학, 경영학 일부 트랙에서 다룰 뿐이다.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둘째, 단기 사고의 함정. 한국 물류기업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한다. 인재 개발은 장기 투자다. 3년, 5년, 1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분기 실적, 연간 매출에 집중하다 보면 인재 투자는 뒷전이 된다.
글로벌 선진 물류기업들은 인턴 프로그램, 대학 협력, 재교육 시스템에 투자한다. 한국은? 물류기업의 인재 개발 투자 규모 데이터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2025년 채용 플랫폼 조사를 보면 기업들이 느낀 가장 큰 채용 어려움은 '지원자 부족'(42.5%)과 '우수 인재 경쟁 심화'(37.9%)다. 그런데 해법은? 급한 불 끄기식 채용이다. 장기적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은 없다.
셋째, 데이터 공백. 글로벌은 글로벌 물류기업, 컨설팅 회사, 연구기관이 정기적으로 공급망 인재 조사를 한다. 보고서를 낸다. 수요와 공급 비율, 역량 격차, 급여 수준, 만족도를 추적한다.
한국은? 통계청이 인력부족률을 발표한다. 그게 전부다. 물류 인재의 역량 수준은? 공급망 관리 전공자 배출 현황은? 재교육 투자 규모는? 모른다. 데이터가 없다.
데이터가 없으니 연구가 안 된다. 연구가 안 되니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는다. 문제가 보이지 않으니 정책이 안 나온다. 정책이 없으니 투자가 안 된다. 악순환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문제를 가시화하라. 국책 연구기관, 물류 유관 학회가 협력해서 "한국 물류 인재 현황 및 전망" 연구를 해야 한다. 지금 물류 인력이 몇 명이고, 평균 연령은 몇 살이고, 10년 뒤 얼마나 부족할 것인가? 공급망 관리를 전공하는 대학생은 몇 명인가? 필요한 역량과 현재 역량의 격차는 얼마나 되는가?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현실이 된다.
둘째, 교육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 예를 들어,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학의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 지원자는 10% 늘었다. 초봉이 다른 분야보다 1만~2만 달러 높기 때문이다. 돈이 따라오면 인재가 따라온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학에 공급망 관리 전공을 신설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공급망 관리 석사 과정이 있는가?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산업체가 대학과 협력해서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글로벌 사례를 보면 인턴십이 효과적이다. 여름 인턴으로 데려와서 실무를 경험하게 하고, 졸업 뒤 바로 채용한다. 교육 비용이 줄고, 적응 기간이 짧아진다.
셋째, 기존 인력을 재무장하라. 젊은 인력 유입도 중요하지만, 기존 인력의 역량 업그레이드가 더 시급하다. 절반 이상 기업이 기존 직원 재교육에 집중한다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
기술로 인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을 들여오고 운영할 인재가 없으면 기술도 무용지물이다. 사람이 먼저다.
보이지 않는 위기를 보이게 만들 때
글로벌 물류산업은 이미 위기를 안다. 그래서 움직인다. DHL, 쿠네앤드나겔(Kuehne+Nagel), DSV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다. 아마존은 이미 자체 물류 인력 60만 명을 고용했다.
한국은? 아직 위기를 모른다. 통계는 경고하지만, 산업은 침묵한다. 이것이 가장 큰 위험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대응할 수 없다.
2026년 지금, 한국 물류산업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센터도, 새로운 차량도 아니다. 새로운 인식이다. 물류 인재 문제를 "채용이 좀 어렵네"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
글로벌이 "공급망 인재 위기(Supply Chain Talent Crisis)"를 외칠 때, 한국도 "물류 인재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숫자를 모으고, 연구를 시작하고, 정책을 만들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위기를 보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을 떼는 것은 지금이다. 10년 뒤는 늦다. 5년 뒤도 늦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한국 물류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시설보다 시스템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 없이 미래는 없다.
참고 자료:
-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 U.S. Occupational Outlook Handbook
- Alcott Global, Supply Chain Executive Survey (2024)
- DHL Supply Chain, Global Supply Chain Talent Trends (2024)
- McKinsey & Company, Supply Chain Workforce Study
- Deloitte, Supply Chain Talent Crisis Report
- FreightWaves, The Supply Chain Talent Gap (2024)
- Supply Chain Management Review, Talent Shortage Analysis
- Council of Supply Chain Management Professionals (CSCMP)
- Michigan State University Broad College, Supply Chain Management Program
- LinkedIn Economic Graph, Supply Chain Job Market Analysis
- Gartner, Future of Supply Chain Survey
- The Chain, Global Supply Chain Talent Crisis Coverage
- PwC, Global Supply Chain Survey 2024
- 통계청, 「사업체노동력조사」(2025.4.1 기준)
- 한국경제인협회, 「2025년 기업 채용 실태 조사」
-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2026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
- 인스피언, 「2026년 물류시장 전망」
- 원티드랩, 「2025년 채용 트렌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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