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설계 ②] 무신사가 3년간 백화점 입점을 거절한 이유
연간 2,000만명, 월 120억원 -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을 살리는 법
'확신의 설계' 2부: 무신사 스탠다드 편
2024년 10월,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월 매출 1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방문객 수는 141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 5월 홍대에 첫 매장을 연 이후 3년 반 만의 성과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인 오프라인 확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무신사가 노린 것은 오프라인 매출이 아니었다.
진짜 성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무신사 앱에 신규 가입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97% 증가했고, 오프라인에서 첫 구매 후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교차 구매자 수는 2배로 늘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프라인 스토어는 신규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거점이자 온라인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접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문장이 핵심이다. 무신사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전환 장치'였다. 그리고 이 전략은 치밀하게 설계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데이터를 쌓은 시간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5월 홍대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백화점과 복합몰에서 입점 제안이 쏟아졌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미 온라인에서 검증된 브랜드였고, 유통사 입장에서는 집객력이 보장된 브랜드였다. 하지만 무신사는 모두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백화점과 복합몰 입점 매장은 각 매장 간의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쇼핑에 목적을 두고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많으니까요. 구매할 확률이 높은 만큼 긴장하고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그만큼 오프라인 내공이 있어야 해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무신사는 홍대, 강남, 성수, 명동 등 단독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이 기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는 방대했다. 어떤 상품이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는지, 고객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피팅룸 이용 패턴은 어떤지, 시간대별 방문객 분포는 어떤지. 3년간 쌓인 이 데이터가 2024년부터 본격화된 백화점 숍인숍 전략의 밑바탕이 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수는 2024년 1~10월 기준 16개에서 30개로 1.9배 늘었는데, 방문객 수는 2.3배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단순히 매장만 늘린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으로 입점 위치를 선정하고 매장 구성을 최적화한 결과다.
쇼루밍이 아니라 확신의 전달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고객들이 옷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고, 매장을 나선다. 그 자리에서 구매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쇼루밍"이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매장은 비용만 들고 온라인에 매출을 빼앗긴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무신사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고객이 매장에서 실물을 보고 피팅을 한 뒤 집에 돌아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은 쇼루밍이 아니라 '확신의 전달'이다. 매장에서 얻은 확신이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고, 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2025년 상반기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내 QR코드를 통해 플랫폼에 신규 가입한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회원 혜택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신규 가입자 수 확대로 이어졌다. 오프라인에서 최초 구매 후 온라인 첫 구매로 이어지는 교차 구매자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무신사는 온라인과 동일한 혜택을 오프라인에서도 제공한다. 무신사 회원 적립금 지급, 적립금 선할인, 오프라인 구매 내역 온라인 연동, 상품 후기 작성 등이 가능하다. 매장에서 산 옷의 후기를 온라인에 쓸 수 있고, 온라인 적립금을 매장에서 쓸 수 있다. 경계가 없다.
고객층이 확장되는 이유
무신사 스탠다드를 구매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홍대점을 오픈한 2021년 중반에 비해 2024년 현재 30대와 40~50대까지 구매 경험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 고객도 늘었다. 과거 남성 70%, 여성 30% 정도 비율이었다면 최근 60대 40으로 확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와 지역에 따라 고객 구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20대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홍대점으로 57%에 달했고, 뒤이어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신촌점 53.24%, 성수점 50.43%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영 패밀리'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은 30대 고객 비중이 30% 이상으로 20대보다 높았다.
백화점과 복합 쇼핑몰 등의 대형 매장에 자리잡은 '숍인숍' 점포의 여성 고객 비중은 49%로 일반 로드숍 매장보다 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입점 위치에 따라 고객층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무신사가 3년간 데이터를 쌓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디에 매장을 열어야 어떤 고객을 잡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
무신사 스탠다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가치, 상품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강력한 경쟁력인 '퀄리티'에 대해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매장에는 휴대폰 또는 모니터 화면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소재와 디테일 요소, 세분화된 디자인 종류와 입었을 때 핏을 살펴보려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 또 그동안 무신사 스탠다드를 들어만 봤던 오프라인 의류 소비가 익숙한 고객들이 기대 이상의 만족을 갖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점차 매장 수가 늘고 고객 데이터가 쌓이면서 유의미한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아우터와 니트, 셔츠 등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티셔츠나 후디가 잘 팔렸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코트, 재킷, 니트처럼 소재와 핏이 중요한 상품이 더 잘 팔린다. 이는 오프라인이 단순히 온라인의 확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플랫폼 PB를 넘어 국내 대표 SPA로
무신사 스탠다드는 2017년 온라인을 기반으로 론칭한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무신사가 직접 전개하는 만큼 좋은 품질의 베이식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분명한 개성과 정체성을 가진 무신사 입점 브랜드의 아이템들과 조화롭게 입을 수 있도록 베이직한 상품들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는 '플랫폼 PB'라는 수식어를 넘어 국내 대표 캐주얼 SPA 브랜드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브랜딩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년 파리올림픽 개폐회식 선수단복을 제작하며 패션 브랜드로서 디자인과 경쟁력을 보여줬다.
2025년 9월에는 배우 이도현과 한소희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2024년 매출은 2,000억원 대를 기록했고, 누적 방문객은 1,250만명을 기록했다. 2025년 매출은 약 4,7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전년 대비 40% 성장한 금액이다. 오프라인 거래액이 전년 대비 86%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신사는 2025년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매장을 열었고, 중국 내에서 매장 수를 10개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원그로브몰 마곡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스타필드빌리지 운정점, 난징동루 다이마루점(중국 2호점) 등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연내 매장 20개를 추가로 열어 60호점을 달성하고, 국내외 합산 판매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O4O,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
무신사의 전략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O4O(Online for Offline)'다.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2O)이 아니라, 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그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목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늘리는 것이다.
이 전략이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경로가 매끄러워야 한다. 무신사는 QR코드, 적립금 연동, 구매 내역 동기화 등으로 이를 해결했다. 둘째, 오프라인 경험이 충분히 좋아야 한다. 나쁜 경험은 온라인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무신사는 3년간 데이터를 쌓으며 이를 검증했다.
O4O 전략의 성공은 숫자로 증명됐다. 매장 방문 후 앱 신규 가입 97% 증가, 교차 구매자 2배 증가, 오프라인 거래액 86% 성장 전망.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적이 아니라, 온라인 확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다.
500명의 크루가 만드는 경험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에 근무하는 인력은 풀타임과 파트타이머를 합쳐서 500여명으로, 평소 무신사를 친숙하게 이용해온 20대가 대부분이다. 무신사는 이들을 '크루'라고 부른다. 매장 담당 크루가 되면 직원 할인, 건강 검진, 유연 휴가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상호 간 별도의 직급이나 직책 대신에 이름에 '님'자를 붙이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도 갖췄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 근무 크루들의 역량과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O4O 전략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크루들이 제공하는 경험이 좋아야 고객이 앱을 다운받고, 온라인으로 재방문한다.
무신사는 2024년 7월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는 오프라인 스토어 담당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구 동성로에 커피차를 제공했고, 매장 위치상 커피차 이용이 어려운 다른 13개 매장의 크루들을 위해서는 커피, 샌드위치 등 간식을 제공했다. 회사가 크루를 챙기면, 크루가 고객을 챙긴다. 이 선순환이 O4O를 완성한다.
확신은 오프라인에서, 편의는 온라인에서
무신사 스탠다드가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며, 확신과 편의의 역할 분담이다. 오프라인은 확신을 만드는 거점이고, 온라인은 편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보고 확신을 얻은 뒤, 온라인에서 편하게 산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물류가 뒷받침돼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이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있어야 하고(재고 통합), 주문 후 빠르게 배송돼야 하며(배송 속도), 포장 상태가 좋아야 한다(품질 유지). 무신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재고를 통합 관리하는 이유, 배송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신은 오프라인에서 시작되지만, 물류에서 완성된다. 무신사의 O4O 전략은 이를 증명한 사례다.
다음 편에서는 Warby Parker가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이유, 그리고 Home Try-On 프로그램이 만든 신뢰 경제를 알아봅니다. "5개를 배송하는 것과 50개를 직접 써보는 것은 다르다"는 통찰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확신의 설계 시리즈]
- ① 올리브영 올리브베러: 확신은 정보가 아니라 의심 제거다
- ②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살리는 법
- ③ Warby Parker: Home Try-On이 만든 신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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