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설계 ①] 올리브영이 '영양제 70개'를 진열대에 쌓아둔 이유

웰니스 매장 올리브베러에서 발견한 것 - 확신은 정보가 아니라 의심을 제거하는 순간 만들어진다

'확신의 설계' 1부: 올리브영 올리브베러 편

광화문 올리브베러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사람이었다. 점심시간을 쪼개 나온 직장인들이 영양제를 한 아름씩 담고 있었고, 어떤 고객은 장바구니에 수십만 원어치를 채운 채 키오스크로 향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오픈 초기라 그런지 일부 진열대는 이미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상품을 채웠다.

이 매장이 특별한 이유는 올리브영이라는 이름표 때문이 아니다. 올리브영이 기존 뷰티 중심에서 벗어나 '웰니스 전문 플랫폼'을 선언하며 연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직접 둘러본 결과 이곳은 단순히 상품군을 늘린 매장이 아니라 '확신을 파는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리브베러 광화문점

300% 성장한 수면 건강식품, 시장이 말하는 것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수면 건강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놀라운 수치지만, 이는 웰니스 시장 전체가 겪고 있는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영양제, 수면 케어, 이너뷰티는 더 이상 가끔 챙기는 영역이 아니라 일상의 루틴이 됐고, 소비라기보다 생활을 위한 투자에 가까워졌다.

"아프기 전에 관리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리브베러는 이 변화를 가장 전면에 놓은 매장이다. 기존 올리브영이 뷰티 중심이었다면, 올리브베러는 하루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공간, 일상 투자의 거점에 가깝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웰니스 제품은 효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영양제는 더더욱 그렇고, 이너뷰티 푸드는 맛을 모르면 망설이게 된다. 고객은 끊임없이 묻는다. "이게 나한테 맞을까?" 올리브베러가 설계한 것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동선이 루틴을 따라간다는 것의 의미

올리브베러의 진열은 카테고리 중심이 아니다. 아침에 먹는 영양제에서 시작해 점심 대용 건강 간식, 오후 보충제, 저녁 수면 케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객은 상품을 고르는 동시에 자신의 하루를 떠올리며 매장을 걷게 되는데, 이는 웰니스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설계다.

웰니스 제품은 충동 구매보다 "내 루틴에 맞는가"가 중요하다. 루틴을 동선으로 보여주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점검하게 된다. 상품을 파는 방식이라기보다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설계에 가깝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안내 가이드는 이 루틴을 더욱 명확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올리브베러가 고객에게 오래 머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피스 상권 특성상 점심시간을 쪼개 나온 직장인들에게 긴 상담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대신 시스템이 정보를 정리하고, 고객은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취한다. 키오스크 셀프결제가 빠른 회전을 돕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험이 확신을 만드는 구조

커피·티 섹션에는 모든 상품을 직접 시향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여성용품은 만져볼 수 있도록 체험형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한 재미 요소라기보다 구매 결정을 돕기 위한 장치다. 직접 보고, 맡고, 만져보는 경험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구매에 대한 확신을 쌓는다.

이는 온라인 쇼핑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다. 리뷰가 많은 상품이 잘 팔리는 이유, 상세 이미지가 많을수록 전환율이 높아지는 이유, 배송 추적 서비스가 재구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모두 같은 맥락이다. 고객이 불안해할 수 있는 지점을 앞서 제거하는 설계가 구매 경험 전체의 신뢰를 완성한다.

올리브베러는 이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극대화한 사례다. 영양제 70개를 진열대에 쌓아둔 이유는 선택지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확신은 설명이 아니라 의심이 줄어드는 순간 만들어진다.

확신은 결제 이후에도 계속된다

매장을 나선 이후에도 고객 경험이 계속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결제가 끝난다고 해서 구매 경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배송 관련 알림을 받는 순간, 박스를 여는 순간, 상품을 손에 쥐는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이 고객 경험을 완성하는 요소가 된다.

올리브베러가 매장 안에서 '확신'을 설계했다면, 물류는 그 확신을 집 문 앞까지 깨지지 않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웰니스 제품의 경우 신선도와 보관 상태에 민감하기 때문에 포장 상태, 온도 관리, 제품 보호는 재구매율에 직결된다.

단순히 빠르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선택한 확신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 그것이 물류의 새로운 정의다. 올리브베러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매장에서 시향하고, 만져보고, 확신을 얻은 고객이 결국 온라인으로 재주문하는 이유는 첫 경험이 배송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체류가 아니라 확신을 설계하는 시대

체류형 쇼핑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브랜드와 플랫폼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올리브베러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오래 머무르게 하기보다 짧은 체류 안에서 확신을 완성하는 구조에 가깝다.

이 관점은 유통, 이커머스, 물류 업계 모두에게 시사점이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체류 시간을 늘리는 UI보다 구매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밀도 있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해졌고, 브랜드사 역시 스토리보다 '지금 선택해도 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물류와 운영 영역 역시 속도만큼이나 신뢰를 증명하는 장치가 경쟁력이 된다.

체류의 다음 경쟁력은 체류 그 자체가 아니라, 머문 시간이 '확신으로 남는가'에 달려 있다. 올리브베러는 이를 광화문 한복판에서 증명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무신사 스탠다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연간 2,000만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O4O 전략을 알아봅니다. "오프라인이 앱 다운로드를 부르는" 구조는 어떻게 설계됐을까요?


[확신의 설계 시리즈]

  • ① 올리브영 올리브베러: 확신은 정보가 아니라 의심 제거다
  • ②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살리는 법
  • ③ Warby Parker: Home Try-On이 만든 신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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