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설계 ③] Warby Parker가 안경 5개를 공짜로 보내는 이유

$95 안경이 $500 시장을 흔든 방법 - Home Try-On이 만든 신뢰 경제

'확신의 설계' 3부: Warby Parker 편

2010년, 와튼 비즈니스스쿨 학생 4명이 안경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안경 한 쌍의 평균 가격은 500달러였고, 시장은 EssilorLuxottica라는 거대 기업의 수직 계열화로 사실상 독점 상태였다. "왜 안경이 이렇게 비싼가?" 이 질문에서 Warby Parker가 시작됐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면 95달러에 팔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안경은 써봐야 안다. 온라인 사진으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줄 알면서도 안경원에서 산다. 직접 써보고 고를 수 있으니까.

Warby Parker의 해법은 역발상이었다. 고객이 5개 안경테를 고르면, 무료로 집에 보내준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전부 보내면 된다. 배송비도 없고, 기간 제한도 없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가 안경 산업을 뒤흔들었다.

이미지 제공 = 와비파커

출시 3주 만에 연간 목표 달성, 그리고 2만명의 대기자

2010년 2월 웹사이트가 오픈했다. Home Try-On 프로그램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출시 3주 만에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 문제는 재고였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문이 들어왔고, 재고가 동났다. 2만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보통 기업이라면 "죄송합니다, 재고 소진"이라는 문구를 웹사이트에 띄우고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Warby Parker는 달랐다. 공동 창업자 Neil Blumenthal은 직원들과 함께 2만 명에게 일일이 손으로 쓴 사과 편지를 보냈다. 인쇄된 편지가 아니라, 펜으로 직접 쓴 편지였다.

이 편지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섰다.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고객들은 감동했고, 대부분 기다리기로 했다. 일부는 소셜 미디어에 편지 사진을 올리며 Warby Parker를 응원했다. 위기는 기회가 됐고, 브랜드 충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위험 부담을 고객이 아니라 회사가 진다

Home Try-On은 언뜻 보면 비효율적이다. 안경 5개를 고객 집으로 보내고, 다시 받아야 한다. 배송비가 두 배 들고, 안경이 훼손될 위험도 있다. 재고 회전율도 떨어진다. 고객이 5개를 일주일 동안 집에 갖고 있으면, 그 일주일 동안은 다른 고객이 체험할 수 없다.

하지만 Warby Parker는 이렇게 계산했다. 위험 부담을 고객이 아니라 회사가 지면, 신뢰가 생긴다. 신뢰가 생기면 구매 전환율이 올라간다. 실제로 Home Try-On을 경험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온라인 쇼핑보다 훨씬 높았다. 재구매율도 압도적이었다. 한 번 Warby Parker에서 산 고객은 계속 Warby Parker에서 산다.

더 중요한 것은 입소문이었다. Home Try-On을 경험한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친구들아, 이 중에 어떤 게 나한테 잘 어울려?" 이런 게시물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가득 채웠다. Warby Parker는 별도의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바이럴 마케팅을 달성했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홍보 대사가 된 것이다.

평범한 리테일 경험은 죽었다

"I don't think retail is dead. Mediocre retail experiences are dead."

Neil Blumenthal의 말이다. 리테일이 죽은 것이 아니라, 평범한 리테일 경험이 죽었다는 것. Warby Parker는 이를 증명했다. 2013년 4월, 뉴욕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으로 성공한 회사가 왜 오프라인으로 확장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5개를 배송하는 것과 50개를 직접 써보는 것은 다르다." 온라인에서는 5개 중에 고를 수 있지만, 매장에서는 수십 개를 직접 써보고 고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치수로 판단해야 하지만, 매장에서는 거울을 보며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매장에는 직원이 있다. 직원은 고객의 얼굴형과 스타일에 맞는 안경을 추천하고, 시력 검사까지 제공한다.

Warby Parker의 매장은 기존 안경원과 완전히 달랐다. 넓고 밝은 공간, 편안한 소파, 도서관처럼 꾸며진 인테리어. 마이애미 매장은 바닥을 수영 레인 무늬로 디자인해 인스타그램 명소가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경험이다. 매장 직원들은 판매 압박을 주지 않는다. 대신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고르도록 돕는다. 고객은 압박 없이 편안하게 쇼핑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2025년 현재, Warby Parker는 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771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3.9% 증가했고, 온라인 매출도 5.3% 성장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회사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양쪽 모두 성장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와비파커

AI와 옴니채널의 결합

Warby Parker는 기술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2023년부터 가상 피팅(Virtual Try-On) 기능을 강화했고, 2025년에는 AI 추천 엔진을 개발 중이다. 이 엔진은 고객의 얼굴 특징과 스타일 선호도를 분석해 맞춤형 안경을 추천한다. iOS 앱 사용자의 75%가 가상 피팅을 사용한다는 것은, 기술이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Warby Parker가 구글과 협력해 AI 스마트 안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력 교정용 안경을 넘어, 증강현실(AR)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술과 안경을 결합해 고객의 생활 방식을 바꾸겠다는 비전이다.

동시에 Warby Parker는 모든 매장에서 시력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매장에서 시력 검사를 받고, 바로 안경을 주문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도 시력 검사 예약이 가능하다. 2023년부터 온라인 시력 검사 예약 경험을 개선했고, 이는 예약 증가로 이어졌다. 시력 검사를 받은 고객은 전환율이 높고, 평균 구매 금액도 증가한다.

Warby Parker의 옴니채널 전략은 명확하다. 온라인에서는 편의와 속도를, 오프라인에서는 경험과 서비스를, 기술로는 개인화와 정확성을 제공한다.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채널을 선택하고, Warby Parker는 어느 채널에서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

Target과의 협업, 경험의 확장

2025년, Warby Parker는 Target과 협업해 5개 숍인숍을 오픈한다. Warby Parker에게 Target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신규 고객을 만나는 거점이다. Target의 방대한 고객 기반과 Warby Parker의 브랜드 경험이 결합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중요한 점은 이 숍인숍을 Warby Parker 직원이 운영한다는 것이다. Target 직원이 아니라 Warby Parker 직원이다. Neil Blumenthal은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적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Target도 우리처럼 가치와 고객 경험을 중시합니다. 이 숍인숍은 Warby 직원이 관리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의 특별한 고객 경험을 계속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험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어디서 만나든 고객은 동일한 Warby Parker 경험을 받아야 한다. 뉴욕 매장에서든, Target 숍인숍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Warby Parker는 직원 교육에 투자한다. 모든 매장 직원을 안경사(optician)로 교육하고, 고객 서비스 기술을 훈련시킨다.

Buy a Pair, Give a Pair - 사회적 책임이 만드는 충성도

Warby Parker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이다. 'Buy a Pair, Give a Pair' 프로그램은 간단하다. 고객이 안경 한 쌍을 사면, Warby Parker는 개발도상국에 한 쌍을 기부한다. VisionSpring 같은 단체와 협력해 시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경을 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마케팅이 아니라 미션이다. Warby Parker는 B 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이익만큼이나 사회적 영향을 중시한다. 고객들은 이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브랜드 옹호자가 된다. 소셜 미디어에 새 안경 사진을 올리며 "내가 안경을 사니까 누군가도 안경을 받는다"고 자랑한다. 이는 강력한 바이럴 마케팅이면서, 동시에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장치다.

사회적 책임은 직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Warby Parker에서 일하는 것은 단순히 안경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직원 만족도를 높인다. 만족한 직원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는 다시 고객 충성도로 이어진다. 선순환이다.

수직 통합, 95달러의 비밀

Warby Parker가 95달러에 안경을 팔 수 있는 이유는 수직 통합 때문이다. 디자인, 제조, 유통, 판매,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한다. 중간 유통 단계가 없으니 마진을 낮출 수 있다. 자체 광학 연구소 2개를 운영하며 처방 안경을 직접 제작한다. 이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품질 관리에도 유리하다.

수직 통합은 데이터 통제로도 이어진다. Warby Parker는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어떤 치수가 잘 맞는지, 어떤 색상이 인기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디자인하고, 재고를 관리하고, 마케팅을 최적화한다. 데이터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

2024년 Warby Parker의 조정 매출총이익률은 개선됐는데, 이는 자체 광학 연구소 2개가 처방 안경 주문을 처리하면서 효율이 높아진 덕분이다. 수직 통합은 단기적으로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평범함을 거부한 15년

2010년부터 2025년까지 15년 동안 Warby Parker는 끊임없이 진화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했고, Home Try-On에서 가상 피팅으로, 안경 판매에서 시력 검사 서비스로, 단순 안경에서 AI 스마트 안경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고객 경험에 대한 집착이다.

Neil Blumenthal의 말처럼, 평범한 리테일 경험은 죽었다. 살아남은 것은 확신을 주는 경험이다. Warby Parker는 Home Try-On으로 확신을 주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로 편의를 더하고, 사회적 책임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하나의 브랜드 경험을 만든다.

Warby Parker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고객의 불안을 이해하고, 위험 부담을 회사가 지고, 경험을 설계하고, 일관성을 유지한 결과다. 15년 동안 평범함을 거부하고 확신을 설계한 결과다.

물류가 신뢰를 완성한다

Warby Parker의 Home Try-On이 작동하려면 물류가 완벽해야 한다. 고객이 주문하면 5개 안경테가 빠르게 도착해야 하고, 고객이 보낸 안경은 다시 빠르게 회수돼야 한다. 안경이 훼손되면 안 되고, 배송 중 분실되면 안 된다.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돼야 고객은 다시 Warby Parker를 찾는다.

Warby Parker는 고객에게 여러 배송 옵션을 제공한다. 집으로 배송받거나,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Home Try-On을 신청할 수 있다. 고객은 자신에게 편한 방식을 선택하고, Warby Parker는 어떤 선택이든 완벽하게 실행한다. 배송 추적, 반송 안내, 고객 지원 모두 시스템화돼 있다.

올리브베러가 매장에서 확신을 만들고, 무신사가 오프라인으로 온라인 전환을 유도한 것처럼, Warby Parker는 Home Try-On으로 신뢰를 쌓고 옴니채널로 경험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마지막 접점은 물류다. 확신은 매장에서 시작되지만, 물류에서 완성된다.


'확신의 설계'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올리브베러, 무신사 스탠다드, Warby Parker. 세 브랜드는 업종도 다르고, 타겟도 다르고, 전략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확신을 설계한다는 것.

올리브베러는 루틴 기반 동선과 체험으로 의심을 제거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 전환으로 연결했다. Warby Parker는 Home Try-On으로 위험 부담을 회사가 지며 신뢰를 쌓았다.

세 가지 공통 법칙이 있다.

  1. 정보를 주는 대신 의심을 제거한다 - 확신은 설명이 아니라 경험에서 온다.
  2. 오프라인은 확신을 만드는 거점이다 - 매장은 판매 공간이 아니라 경험 장치다.
  3. 물류가 신뢰를 완성한다 - 매장 경험 100점 + 배송 경험 0점 = 실패.

고객은 더 이상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 온라인에는 이미 정보가 넘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확신이다. "이게 나한테 맞다"는 확신. 그 확신은 의심이 줄어드는 순간, 체험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순간, 시스템이 선택 기준을 정리해주는 순간에 만들어진다.

확신을 설계한다는 것은 고객이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의 모든 여정을 다시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마지막은 언제나 물류다.


다음 글에서는 컬리가 10년 만에 흑자를 낸 비밀, 빅데이터 시스템 '멍멍이'와 폐기율 1%의 물류 혁신을 분석합니다. "신선식품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이다"는 명제를 알아봅니다.

[시리즈]

  • 확신의 설계 ① - 올리브영이 영양제 70개를 진열대에 쌓아둔 이유
  • 확신의 설계 ② - 무신사가 3년간 백화점 입점을 거절한 이유
  • 확신의 설계 ③ - Warby Parker가 안경 5개를 공짜로 보내는 이유
  • 예측의 기술 - 컬리가 10년 만에 흑자를 낸 단 하나의 이유
  • 거점 전략의 3가지 방법 - 올리브영은 MFC, 무신사는 숍인숍, 마켓컬리는 PP센터를 선택한 이유
  • 물류가 완성하는 브랜드 - 확신은 매장에서, 완성은 물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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