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톤 독과점 20년 만에 균열...퀵커머스 인프라가 부른 라스트마일 대전환
"다크 스토어가 퀵커머스의 '심장'이라면, 마이크로밴(Micro Van)은 그 심장에서 고객까지 이어지는 '혈관'이다. 한국 퀵커머스 시장이 5조원을 넘어서는 동안, 그 뒤편에서는 73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마이크로밴 시장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
2024년 12월, 일본 야마토홀딩스는 의약품 라스트마일 물류를 위해 전기 밴 45대를 알프레사 그룹에 납품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25년 2월, 토요타와 스즈키, 다이하츠는 주행거리 200km의 배송 산업 전용 전기밴을 공동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 기아 PV5는 34년 역사상 한국 브랜드 최초로 '2026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됐으며, 심사위원단 26명은 만장일치로 이 결정을 내렸다.
겉보기엔 각기 다른 뉴스처럼 보이지만, 이 세 가지 사건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수렴한다. 퀵커머스와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도심 배송을 위한 전용 차량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달의민족은 서울·수도권에 70개 MFC를 운영하고, 쿠팡이츠는 전국 6,000개 편의점을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하며, 컬리는 2024년 6월 '컬리나우' 1시간 배송을 시작했다.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도심 골목길을 자유자재로 누비면서도,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기 동력으로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73억 달러 시장, 마이크로밴의 부상
글로벌 마이크로밴 시장은 2025년 55.5억 달러에서 2031년 73.2억 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4.7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동력은 명확하다.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좁은 도심 골목길을 달려야 하는 배송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이커머스 확산으로 인해 라스트마일 물류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밴은 대형 트럭이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좁은 도심 골목길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적재 공간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차체는 작지만 연비가 좋고, 전기차로 전환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퀵커머스 업체들이 원하는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하는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격해지는 배출 기준과 안전 규제가 제조사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충돌 안전 구조 강화와 배기가스 필터 고도화 등으로 차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차 시장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미니차량 신규 등록은 전년 대비 10.7% 감소해 155만 7,868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규제 비용이 가격에 전가되면서 수요가 위축된 직접적인 결과다.
인도 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경상용차(LCV) 판매는 2024-2025 회계연도 58만 3,000대로 전년 59만 5,000대에서 줄어들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시장일수록 규제로 인한 가격 상승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도표 1] 글로벌 마이크로밴 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