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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해협-호르무즈의 침묵⑤] 이란은 막지 않는다. 받는다.

김철민
김철민
- 14분 걸림

트럼프의 48시간, 이란의 200만 달러

핵심 요약

  • 3월 22일 23:44 GMT, 트럼프 "48시간 내 호르무즈 미개방 시 발전소 초토화" 최후통첩. 브렌트유 이틀 만에 114달러.
  • 3월 23일, 트럼프 5일 유예 선언. 브렌트유 하루 만에 10.9% 폭락, 99.94달러 종가. 이란 외교부 "협상 없다" 즉각 부인.
  • 이란은 그 사이 조용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IRGC가 라락 섬 코리더를 통해 유료 통관 운용 중. 1척당 최대 200만 달러.
  • IEA "1973·1979년 두 오일쇼크 + 2022년 가스위기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 9개국 40개 이상 에너지 시설 파괴.
  • 골드만삭스 "역대 최대 원유 공급 충격." 10주 차단 지속 시 2008년 최고가 147달러 초과 가능.
  • 5일 유예 만료: 미 동부 기준 3월 28일, 한국 시간 3월 29일 새벽.

48시간이 남긴 것

3월 20일 금요일 오후, 트럼프는 전쟁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브렌트유는 107달러대에서 거래됐다.

36시간 뒤인 3월 22일 토요일 밤 23:44 GMT, 트럼프의 트루스소셜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위협 없이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의 발전소들을 가장 큰 것부터 시작해 초토화할 것이다." 브렌트유는 다음날 11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란은 즉각 응수했다. "발전소가 공격받으면 중동 전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겠다." 혁명수비대는 "발전소 공격 시 해협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봉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전폭기가 3월 23일 새벽 테헤란을 다시 강타했다.

그리고 48시간 시한이 만료되기 몇 시간 전인 3월 23일 오전, 트럼프가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이틀 동안 중동 적대 행위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해결에 관해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발전소 공격을 5일 유예하겠다고 했다. 브렌트유는 그날 10.9% 폭락해 99.94달러에 마감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역대 최대 일일 가격 변동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란 외교부의 반응은 간결했다. "어떠한 협상도 없다."

협상인가, 심리전인가

트럼프는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일요일 저녁 이란 고위 인사와 만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 하욤은 미국 측 접촉 상대가 이란 의회 의장 갈리바프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갈리바프는 같은 날 "미국과 어떠한 협상도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세 개의 진술이 충돌한다. 트럼프는 "대화가 있었고 주요 합의 사항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 외교부는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한다. 협상 상대로 지목된 갈리바프도 협상 사실을 부인한다.

어느 쪽이 맞는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NPR의 지적이 주목할 만하다. 현 전쟁 이전에도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공표한 직후 공습을 재개한 선례가 두 번 있다. 이번 유예 선언에 시장이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 이유다. 브렌트유는 3월 24일 현재 96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전 전 70달러 초반 대비 여전히 약 35% 높다.

5일 유예가 끝나는 시각은 미 동부 기준 3월 28일, 한국 시간 3월 29일 새벽이다.

이란은 그 사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트럼프와 이란이 공개적으로 최후통첩과 맞대응을 주고받는 동안, 해협에서는 조용하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됐다. Lloyd's List가 3월 18일부터 연속 보도한 내용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라락 섬과 케슘 섬 사이 약 5해리 수로에 사실상의 유료 통관 창구를 만들었다. 이 코리더는 이란 영해 안쪽을 지난다. 통과를 허가받은 선박은 라락 섬 인근에서 IRGC 해군의 육안 확인과 VHF 무선 확인을 거친 뒤 해협을 빠져나간다.

통과 조건은 사전 심사다. 선박 소유구조, 화물 내역, 선원 국적, 목적항을 이란과 연결된 중개인을 통해 IRGC에 미리 제출해야 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은 제외된다.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중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 중이다.

3월 24일 기준 최소 9척이 이 코리더를 통과했다. 그중 한 척은 약 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Lloyd's List와 이란 의원 보루예르디가 각각 독립적으로 확인했다. 지불 수단은 현금, 암호화폐, 물물교환이다. 이란 의회는 이를 법안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 모흐베르는 "전쟁 이후 호르무즈에 새로운 체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것은 봉쇄가 아니다. 검문소다.

"이달 총 통과량이 하루 물동량에도 못 미친다"

숫자가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말한다. Lloyd's List 에디터 리처드 미드는 3월 20일 주간 리스크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3월 한 달 전체 통과량이 통상적인 하루 물동량에도 아직 미치지 못한다."

호르무즈는 정상 운항 시 하루 약 100척, 그중 유조선 50척이 통과한다. 그 숫자를 한 달 치 합산해도 하루치가 안 된다는 것이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3월 23일 호주 캔버라에서 이 사태의 규모를 역사적 맥락에 놓았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오일쇼크는 각각 하루 500만 배럴씩, 합계 1,0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을 일으켰다. 현재 이 사태로 인한 손실은 하루 1,100만 배럴이다. 두 오일쇼크를 합친 것보다 크다." 천연가스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럽의 가스 손실인 75BCM의 두 배 가까운 140BCM이 차질을 빚고 있다. 9개국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하게 파괴됐다. 비롤은 "어떤 나라도 이 위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호르무즈 개방이다.

카타르에너지는 라스 라판 시설 피해로 LNG 수출 용량이 17% 줄었으며 복구에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IEA가 역대 최대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지만, 비롤은 "이것은 고통을 줄이는 것이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3월 22일 이 사태를 "역대 최대 원유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며 2026년 브렌트 연간 전망을 배럴당 77달러에서 85달러로 상향했다. 기본 가정은 6주간 통과 물량 5% 유지 후 1개월 회복이다. 누적 손실은 8억 배럴을 넘는다. 봉쇄가 10주를 넘기면 2008년 역대 최고가인 배럴당 147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12개월 경기침체 확률도 30%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이 서명했다, 그 다음은

한국 외교부는 3월 20일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8번째로 동참했다. 3월 19일(현지) 영·프·독·이·일·네덜란드·캐나다 7개국이 먼저 발표했고, 한국은 하루 뒤 합류했다. 지지국은 이후 22개국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에는 군사 행동이 없다. 22개국 가운데 실질적 군사 자산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없다. 오히려 서명국 일부는 이란과 동시에 선박 통과를 위한 별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이 그 예다. 일본은 성명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3월 21일 교도통신에 일본 선박의 통과를 허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상은 "독자 협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지만, 45척의 일본 관련 선박이 여전히 해협에 묶여 있다. 성명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드러난다.

한국 유조선 7척은 여전히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다. 공동성명 동참이 이란의 분류 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는다. 이란 외무장관은 "적국과 그 동맹국의 선박"에만 봉쇄가 적용된다고 했다. 한국이 이 성명 참여로 그 범주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여전히 협상 여지가 있는 중립으로 분류되는지, 이것이 7척의 운명을 가르는 변수다.

이란이 만든 새로운 구조

4편에서 2024년 홍해 위기와 2026년 호르무즈 위기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했다. 홍해는 비용 문제였고, 호르무즈는 외교 포지셔닝 문제라고.

5편에서 한 층이 더 쌓였다. 이란은 외교 레버리지를 넘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봉쇄를 유지하면서 선별 통과를 허용하고, 그 허가에 200만 달러를 받는다. 의회는 이를 법제화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최고지도자 고문은 전쟁 이후에도 "새로운 호르무즈 체제"가 들어설 것이라고 공언한다. 봉쇄는 전쟁 중의 임시 조치가 아닐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항구적인 수익·압박 자산으로 전환하려 한다면, 협상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진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명확하다. 그러나 Lloyd's List 에디터 미드는 이렇게 밝혔다. "IRGC의 전력이 얼마나 감소했든 간에, 드론 한 대와 기뢰 몇 개만으로도 보험사와 선사들이 해협 운항을 중단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하다."

군사적 승리와 물류적 정상화는 다른 문제다.

3월 29일을 앞에 두고 점검할 것

5일 유예가 만료되는 3월 28~29일, 시장은 다시 움직인다. 두 방향이 있다.

협상 진전 또는 추가 유예: 브렌트유 90달러 아래 하락 가능. 선사들의 중동 할증료 조정 검토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란의 코리더 통관 구조는 협상과 무관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자유 통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9개국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파괴됐다는 IEA 경고대로, 공급 회복에는 물리적 복구 시간이 별도로 필요하다.

유예 만료 후 교착 또는 재에스컬레이션: 발전소 공격 위협이 재가동되면 브렌트유는 즉각 110달러 이상으로 반등한다. 이란이 "완전 봉쇄"를 선언하면 골드만삭스의 경고대로 147달러를 향해 달린다. 이 구간에서 한국 경제는 현대경제연구원 오일쇼크 시나리오 (성장률 0.8%포인트 하락, 물가 2.9%포인트 급등, 경상수지 767억 달러 감소)로 진입한다.

실무적으로 지금 해야 할 것이 있다.

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과 가격 조정 조건을 재확인해야 한다. 유예 이후 시나리오가 갈리면 계약 이행 조건이 바뀐다. 법무부 실무 지침(3월 11일)을 기준으로 통지 의무 여부를 점검할 시점이다. 중동발 원자재를 사용하는 제조업 계약은 3월 29일 이전에 확인이 끝나 있어야 한다.

이란의 코리더 통관 구조가 공급망에 미치는 함의도 파악해야 한다. 인도·중국·파키스탄이 통과하고 한국이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이들 국가 기업과의 원자재·물류 경쟁에서 한국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여천NCC의 불가항력 선언이 선행 신호다.

운임 계약 갱신은 3월 29일 이후 첫 2주가 새 기준선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방향이 확인되기 전에 새 구조를 확정하면 양방향 리스크다.

25일째

4편의 결론에서 이렇게 썼다. "이란은 대화할 의지와 채널을 가진 나라에 예외를 만든다."

5편에서 그 예외가 시스템이 됐다. IRGC가 운영하는 심사-등록-통관 코리더. 의회가 입법화를 추진하는 통행료 체계. 전쟁 이후에도 유지될 "새로운 호르무즈 체제."

이란은 군사적으로 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에서는 진전을 내고 있다.

검은 해협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침묵에는 이제 가격표가 붙었다.

5일 유예가 끝난다. 3월 29일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은 2026년 3월 24일 기준 공개된 국내외 언론 보도, Lloyd's List 주간 리스크 브리핑, 골드만삭스 리서치 노트(3월 22일), IEA 사무총장 성명(3월 23일, 캔버라), AP·로이터·블룸버그·CNBC·알자지라·PBS·포춘·Axios, 국내 외교부 발표 및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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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네카쿠배경제학』의 저자이자, 유통 물류 지식 채널 비욘드엑스 대표입니다.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이 물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공급망의 진화 과정과 그 역할을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 물류 혁신 정책 수립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