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체인의 역설: 생명을 지키는 포장이 환경을 죽인다

미국에서는 1분에 12개 씩 발포 폴리스티렌(EPS, Expanded Polystyrene) 쿨러가 매립지로 향한다. GLP-1 당뇨병 치료제 한 가지만 봐도 그렇다. 환자에게 생명을 연장하는 약을 배송하는 포장재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남는다.[1]

제약 콜드체인의 역설이다. 바이오 의약품, 백신, 세포 치료제를 안전하게 배송하려면 단열 포장이 필수다. 문제는 그 포장재가 대부분 일회용이고, 재활용이 어렵고,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미국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포장재다.[2]

업계는 수십 년간 이것을 비즈니스의 대가로 받아들였다. 유럽연합은 2035년까지 모든 제약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라고 못 박았다.[2] 투자자들은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점수를 따지고,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을 요구한다. 순환 경제 모델이 실제로 돈을 아낀다는 사실이 더 결정적이다.

선형 경제의 종말

전통적인 콜드체인 포장은 직선이다. 제조-배송-폐기. EPS 폼 쿨러를 만들고, 약을 담아 보내고, 환자가 받으면 버린다. 재활용 가능하다지만 현실은 다르다. 부피 대비 무게가 가벼워 운송 비용이 높고, 전문 시설이 필요하다. 대부분 매립된다.[3]

크라이오팩(Cryopak)의 모기업 인테그리온 글로벌(Integreon Global)이 2026년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문제의 규모가 드러난다.

[도표 1] 선형 경제 vs 순환 경제 콜드체인 포장 비교
출처: Integreon Global (Cryopak) 2026년 2월 발표 자료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 탄력성의 문제다. 바이오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콜드체인 물량은 폭발한다. 더 많은 EPS 쿨러를 만들어서는 비용도, 환경도, 규제도 감당할 수 없다.

순환의 세 단계: 설계, 검증, 재생

인테그리온 글로벌은 크라이오팩, DDL, 넥스케미아(NexKemia) 세 개 사업부로 완전한 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크라이오팩은 재사용을 전제로 설계한다. 우수 유통 기준(GDP, Good Distribution Practice)을 준수하면서 소재 사용량을 최소화한다. DDL은 ISTA, ASTM, ISO 11607 테스트로 성능을 검증한다. 과대포장을 줄이고 온도 이탈로 인한 제품 손실을 최소화한다. 넥스케미아는 회수된 EPS를 인증된 재활용 수지로 변환해 새 포장재의 원료로 쓴다.[4]

폐기물이 자산이 된다. 제3자 검증을 거친 재활용 콘텐츠는 ESG 보고와 Scope 3 배출량 산정을 지원한다.

넥스블루: 이론이 아닌 현실

크라이오팩의 넥스블루(NexBlu™)는 순환 고리의 결과물이다. 30% 재활용 소재로 만든 흑연 발포 폴리스티렌 기반 포장재로, 전통적인 EPS보다 열 보호 성능이 우수하면서 GDP 요구사항을 충족한다.[4]

언더라이터스 라보러토리스(Underwriters Laboratories)의 제3자 검증을 받아 ESG 보고가 투명하다. 상쇄(offset)나 이론이 아니라 측정 가능하고 감사 가능한 영향을 제공한다.[4]

EPS를 넘어: 퇴비화 가능한 미래

재활용만이 답은 아니다. EPS 자체를 대체하려는 기업들이 있다.

[도표 2] 주요 친환경 콜드체인 포장재 솔루션 비교
주: 생분해율은 각 기업의 실험실 테스트 결과 기준. 실제 환경에서의 분해 속도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완벽한 대안은 없다. 생산 비용이 높고, 규모 확장이 어렵고, 열 성능도 전통적 EPS만큼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움직인다. 2023년 대비 2024년 친환경 포장재 투자는 2배 증가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81%가 지속가능성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2]

규제가 앞서가는 시장

유럽연합의 2035년 재활용 의무화는 시작일 뿐이다.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규제가 나온다.[2] 규제를 기다리는 기업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중국 INTCO 플라스틱스는 연간 10만 톤의 EPS를 재활용해 원유 45만 톤과 이산화탄소 30만 톤을 절감한다. 압축기는 EPS를 원래 크기의 1/90로 줄여 재사용 제품으로 전환한다. 중국 콜드체인 기업 팡타이(Fangtai)는 최적화된 EPS 설계로 비용 40% 절감, 탄소 배출 2만 1,000톤 감축을 달성했다.[8] 환경보호를 넘어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다.

한국 물류 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

한국은 K-바이오 수출국으로 부상 중이다. 세포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백신 수출이 늘면서 콜드체인 물량도 증가한다. 국내 제약사와 물류사가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때 어떤 포장재를 쓰느냐가 ESG 평가를 좌우한다.

유럽 시장을 노린다면 2035년 재활용 의무화를 피할 수 없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규제 시행까지 기다리며 일회용 포장을 고수하거나, 지금부터 순환 경제 모델로 전환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거나.

인테그리온 글로벌의 마이클 헤이스 사장은 말한다. "제약 콜드체인의 미래는 일회용으로 정의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복해서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으로 정의될 것입니다."[4]

폐기물이 자산이 되는 순간

순환 경제는 선택이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성장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자와 소비자가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일회용 포장 모델은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크라이오팩의 넥스블루는 순환 경제가 이론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증명한다. 출하당 총비용 40~65% 절감, 온도 이탈 50~70% 감소, 폐기물 90% 이상 감소. 환경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더 나은 공급망을 만드는 투자다.

한국 물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빨리 싸게 나르는 것을 넘어 "어떻게 나르느냐". 콜드체인 포장의 순환 경제 전환이 그 답이다.

1분에 12개 씩 매립지로 향하는 EPS 쿨러를 멈출 수 있는가? 인테그리온 글로벌의 사례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질문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언제 시작할 것인가"다.


출처 및 참고문헌

[1]: PlasticsToday, "TemperPack Shipper Replaces EPS Foam Insulation" (September 2025). GLP-1 치료제 운송으로 매분 12개의 EPS 쿨러가 미국 매립지로 향함

[2]: Pharmaceutical Commerce, "Greener, Smarter, and Less Expensive: How Pharma Packaging is Evolving" (October 2025). EPA 자료: 미국 전체 폐기물 중 용기·포장재가 8,220만 톤, EU 2035년 재활용 의무화, 2023년 대비 2024년 친환경 포장 투자 2배 증가

[3]: Alleguard, "Biodegradable EPS Foam Packaging Solutions" (March 2025). EPS는 재활용 가능하지만 부피 대비 무게가 가벼워 운송 비용이 높고 대부분 매립됨

[4]: Pharmaceutical Commerce, "Advancing Circular Economy Packaging in Pharmaceutical Cold Chain" (February 2026). Integreon Global (Cryopak, DDL, NexKemia) 자료: 순환 경제 모델로 출하당 총비용 40~65% 절감, 온도 이탈 50~70% 감소, CO₂ 60~80% 감소, 폐기물 90% 이상 감소. NexBlu 30% 재활용 소재, UL 제3자 검증

[5]: Cruz Foam, "Guide to Sustainable Cold Chain Packaging" (September 2024). 위스콘신 대학교 오시코시 환경연구혁신센터에서 97.9% 생분해율 기록, ASTM D6400 및 D6868 테스트 통과

[6]: Alleguard, "Biodegradable EPS Foam" (March 2025). 생분해성 EPS 폼은 4년 내 94%까지 생분해

[7]: TempAid, "Eco Friendly EarthWise Biodegradable EPS Shippers" (May 2024). 바이오 EPS는 생물학적으로 활성화된 매립지 조건에서 4년간 91.9% 생분해

[8]: INTCO Plastics, "How EPS Foam is Revolutionizing Cold Chain Logistics" (2024). 연간 10만 톤 EPS 재활용, 원유 45만 톤·CO₂ 30만 톤 절감. 팡타이 사례: 최적화된 EPS 설계로 비용 40% 절감, 탄소 2만 1,000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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