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가 로봇을 ‘일하게 만드는’ 방식
2024년 3월, 시애틀 인근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은 그날 낯선 동료를 만났다. 키 175cm, 파란 몸체에 흰색 눈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 'Digit'. 하루 종일 빈 토트 박스를 선반에서 컨베이어로 옮기는 작업을 묵묵히 반복했다.
SF 영화 장면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물류·제조·자동차 현장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 1만 대 중반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027년 누적 설치 대수가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중 물류·제조·자동차 부문이 연간 설치 기준 약 7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TAM)이 2035년 약 3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년 전 60억 달러 전망 대비 6배 이상 상향된 수치다. 기술 성숙과 비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며, 로봇의 산업 현장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준비가 됐느냐다.
현장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물류 현장의 인력난은 숫자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2025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운수·창고업의 인력부족률은 4.5%다. 전 산업 평균 2.5%의 거의 두 배, 전 산업 중 최고 수준이다. 운전·운송직은 부족률 4.4%로 직종별 2위를 기록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물류 하차 작업은 기피 업무의 대명사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15kg 박스 반복 하차 작업 시 척추 압박력이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안전 기준인 3,400N을 초과하는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사람의 몸이 버티기 어려운 작업이다.
AI, 마침내 몸을 얻다
AI 기술 발전 단계를 보면 지금이 어떤 변곡점인지 이해된다.
1단계 Perception AI(인지)는 이미지·음성·패턴을 인식한다. 2단계 Generative AI(생성)는 텍스트·영상·콘텐츠를 만들어낸다. 3단계 Agentic AI(에이전틱)는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실행한다. 그리고 4단계, Physical AI다.
Physical AI는 센서로 현실을 인지하고 구동장치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한다.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실제 세계에서 물체를 집고, 옮기고, 분류한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CES 2026에서 "AI의 다음 프론티어는 Physical AI"라고 선언한 것은 기술 예측이 아니었다. 이미 시작된 변화의 확인이었다.
현재 물류 현장의 자동화는 특정 공정 중심의 ‘부분 자동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RFM(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차세대 로봇은 다양한 작업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전면 자동화’에 가까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LG CNS는 이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 CNS가 선택한 위치
LG CNS는 2012년부터 물류 로봇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본격적인 매출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300건 이상의 물류센터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크로스벨트 소터 등 외산 설비의 국산화를 이끌었고, AI 화물 3분류·피킹 로봇·물품 검수(0.1초)·AutoStore 등 AI 기반 물류 솔루션을 현장에 상용화해왔다.
그 경험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했다.
"로봇의 몸체는 전문 기업이 만든다. LG CNS가 할 일은 그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로봇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HR 역할'로 비유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OJT를 거쳐 현장에 투입하듯, LG CNS는 로봇을 현장 조건에 맞게 학습시키고 배치한다. 핵심은 하드웨어 중립성이다.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애지봇(AgiBot), 미국의 덱스메이트(Dexmate) 등 다양한 제조사의 로봇을 활용하되, 두뇌와 운영 체계는 LG CNS의 기술로 통제한다.

단계적 하드웨어 전략: 유니트리에서 덱스메이트까지
LG CNS의 하드웨어 접근법은 단계적이다.
▷1단계 - 데이터 수집 (2025년 말, Unitree G1·H1)
LG CNS는 2025년 말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과 H1을 대거 도입했다. 목적은 현장 배치가 아니었다. 데이터셋 수집과 알고리즘 실험이었다.
방식은 구체적이다. 작업자가 텔레오퍼레이션(원격조정) 장비를 착용하고 로봇의 다양한 동작을 시연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 부품의 물성치를 수집한다. 텔레오퍼레이션 장비는 유니트리로부터 직접 제공받거나, 다섯 손가락에 장착하는 측정 장비처럼 세부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 OEM 방식으로 맞춤 제작한다.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등 로봇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합성 데이터를 추가 생성하기도 한다.
Unitree G1·H1은 저가형이라 실제 산업 현장 투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데이터셋 수집 목적에는 최적이다. 비용 부담 없이 대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포석이었다.
▷2단계 - 현장 투입 (2026년 3월, Dexmate 투자)
2026년 3월, LG CNS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덱스메이트 로봇은 이족보행 대신 휠 기반 하체를 채택해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스펙이 산업 현장 기준에 맞게 설계됐다. 36개 이상의 자유도(DoF)를 기반으로 한 정밀한 양손 협동 작업이 가능하고, 양팔 기준 약 15kg 적재 하중을 지원한다. 한 번 충전으로 20시간 이상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 일부 로봇 AI 연구 기업들이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할 만큼 성능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RX 전략 3축: V·S·R
이 하드웨어 에코시스템 위에서 LG CNS는 세 개의 사업 축을 운영한다.
▷V - 버티컬 특화 솔루션
물류센터와 조선소는 다르다. 식품 공장과 반도체 공장은 더 다르다. 범용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도 일하지 않는다. 현장 특성에 맞게 사전 학습된 로봇만 즉시 투입 가능하다.
LG CNS는 스킬드AI(Skild AI)와 협력해 이 사전 학습을 실행하고 있다. 2025년 6월 한국 기업 최초로 스킬드A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킬드AI는 카네기멜론대 교수 출신 디팍 파탁·아비나브 굽타가 창업한 기업으로,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 RFM을 보유하고 있다. 이 범용 두뇌에 실제 물류센터·공장 데이터를 입력해 파인튜닝한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제조 공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스킬드AI의 RFM에 학습시켜 유해물질을 다루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동작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S - 로봇 SI와 통합 플랫폼
실제 현장에는 AMR·팔레타이징 로봇·디팰렛타이징 로봇·피킹 로봇이 섞여 돌아간다. 제조사도 다르고 프로토콜도 다르다. 이 이기종 로봇들이 충돌 없이, 병목 없이, 최적 순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시스템 통합(SI)이다.
LG CNS는 현재 수십 가지 로봇을 통합적으로 운영·관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AI 기반 디팰렛타이징 로봇의 경우, 사람이 시간당 350~400개를 처리한다면 로봇은 표준화된 작업 환경에서는 600~1,000개 수준까지 가능하다. 로봇 AGV의 이동 경로를 강화학습으로 10% 단축하면 기존 10대로 처리하던 업무를 9대로 소화할 수 있다. 최적화 효과는 누적된다.
▷R - RX 파운드리
가장 장기적인 축이다. 고객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증강·합성해 로봇 지능 학습에 활용하는 서비스로, 물리적 환경에서 축적되는 경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자산화하는 구조다.
처음 투입한 로봇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일하게 된다. 고객이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숙련되는 로봇 인력을 운영하는 것이다. RX 파운드리는 이 순환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들
현재 LG CNS는 물류·제조 등 10개 이상의 고객사 현장에서 PoC를 진행 중이다.
물류센터에서는 박스 적재와 분류 작업을 검증 중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을 대상으로 RFM 학습과 동작 정확도 향상을 테스트하고 있다. 식품 산업도 PoC 대상 산업 중 하나다.
2028년을 향한 로드맵
물류센터가 가동을 시작하면 Agentic AI가 오늘 들어올 상품과 출고 스케줄을 확인하고 스스로 작업 계획을 수립한다. 현장 특성에 최적화된 학습을 마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하차부터 분류, 피킹, 검수, 포장, 상차까지 순서대로 움직인다. 긴급 주문이 들어오거나 설비 이상이 발생하면 AI가 즉시 경로와 우선순위를 재조정한다.
이것이 2028년 LG CNS가 현장 배치를 목표로 하는 자율 물류센터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구축한 것은 그 토대다. 300건 이상의 물류 프로젝트 레퍼런스, 스킬드AI와의 RFM 공동 개발, 유니트리로 쌓은 데이터셋, 덱스메이트로 확보한 산업용 하드웨어 라인업. 이것들이 맞물릴 때 자율 물류센터가 가능해진다.
로봇이 물류센터에 들어오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로봇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게 만들 수 있는가’
이준호 |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 전무
이준호 전무는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으로, 물류 IT·자동화 분야 2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크로스벨트 소터 등 물류 자동화 장비 국산화를 이끌었으며, 현재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적용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제23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로지스틱스 대상 수상. (junhlee@lgc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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