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이제 '사는' 시대다

[STREAMLINE 소개]

'스트림라인'는 물류·유통·제조 분야의 최신 강연과 세미나를 비욘드엑스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전달하는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실무자 관점에서 정리하여, 바쁜 업계 종사자들이 핵심만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본 글은 국민대학교 최정욱 교수의 "물류와 구매의 연계" 강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고객사가 우리에게 원하는 건 뭘까요?"


글 편집.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

물류 현장에서 10년, 20년 일하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받아보셨을 겁니다. "더 싸게 할 수 없나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건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막막했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 12월, 국민대학교 최정욱 교수의 강연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구매와 SCM 분야 전문가인 그는 이날 학문적 이론보다 현장의 언어로 이야기했습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사오는 쪽으로 구매를 보셨으면 좋겠다"

이 한 문장이 물류 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제는 단순히 A에서 B로 물건을 옮기는 게 아니라, 고객이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을 제공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애플이 공장을 갖지 않은 이유

최정욱 교수는 애플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우리는 이 문구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왜 공장을 갖지 않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만드는 것보다 '잘 사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팀 쿡이 애플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있을 때 했던 일이 뭔지 아십니까? 공급망을 완벽하게 설계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부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확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Maximize Buying Power with a full knowledge".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력을 극대화하는 것. 이게 애플이 세계 1위가 된 비결입니다.

물류 회사는 어떻습니까?

고객사에게 "당신의 생산 계획만 주세요. 움직이는 건 우리가 다 할게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제조원가의 60%가 구매비용이라는 현실

강의 자료에 빈칸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조 원가 구성:
① 재료비 _____________
② 노무비 _____________  
③ 간접비 _____________
총 10

답은 재료비 6, 노무비 2, 간접비 2입니다.

제조원가의 60%가 구매에서 결정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기업의 경쟁력이 '잘 만드는 것'보다 '잘 사는 것'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잘 사는 것'에는 '잘 운반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물류 회사가 단순히 운송비를 10% 깎아주는 게 중요할까요? 아니면 고객사의 재료비 60%를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할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단순한 '싼 물류'가 아니라, 고객사가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출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최종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Convergence 시대, 경계가 사라진다

최정욱 교수가 던진 질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동차 구매부장의 고민이 뭘까요?"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기계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c)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되고, 이동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 구매부장이 사야 하는 건 더 이상 엔진 부품만이 아닙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AI 소프트웨어, 배터리... 완전히 다른 산업의 부품들을 조달해야 합니다.

"산업간의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이 말의 의미를 우리 물류 산업에 적용해보겠습니다.

물류 회사가 경쟁하는 상대가 다른 물류 회사만일까요? 아닙니다. 테크 기업이 물류에 진출하고 있고, 유통 기업이 직접 물류 센터를 짓고 있고, 제조사가 자체 배송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경계가 사라진 시대,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Open Collaboration: 답이 내부에 없으면 밖에서 찾아라

최정욱 교수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개념입니다.

"기업 내부에 답이 없으면, 외부에서 찾아라"

Convergence 시대에는 다른 기업, 다른 산업과의 협력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혼자 모든 걸 잘할 수 없습니다.

물류 회사들이 글로벌 특송업체와 제휴를 맺고, 이커머스 플랫폼과 협업하고,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손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갖지 못한 역량은 사오면 됩니다.

AI 기술이 부족하면? 사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면? 협력합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 부족하면? 전문가를 영입합니다.

그의 표현대로 "잘 사온 사람이 이기는" 시대입니다.


트럼프 2.0, 물류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강연 후반부는 시의성 있는 주제였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최정욱 교수의 분석은 명쾌했습니다.

"과거: 경제적 효율성만 추구
현재: 경제적 효율성 + 정치적 목적 (투 트랙)"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완전히 빼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 내수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입니다.

  • 중국 공장: 중국 내수용
  • 베트남/인도 공장: 글로벌 수출용

이게 물류 회사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1. 거점 다변화: 한 국가에 집중된 물류 네트워크는 위험합니다.
  2. 유연한 라우팅: 정치적 상황에 따라 빠르게 경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리스크 관리: 관세, 환율, 정치 리스크를 고려한 물류 설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A국가에서 B국가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 나아가 글로벌 전체를 하나의 물류 네트워크로 구축해야 합니다. 정치적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물류 회사가 제안하는 시대"

강연 마지막에 최정욱 교수가 한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고객이 생산 계획만 주면, 움직이는 건 내가 다 할게요. 어디에 자동화 창고를 만들고, 창고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트럭으로 가고, 배로 가고... 이 모든 움직임은 내가 다 해드릴 테니까 계획만 짜세요."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물류 업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WMS(창고관리), OMS(주문관리), LMS(배송관리)를 하나로 연결한 통합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재고 최적화, 수요 예측 기반 입고 추천, 배송 경로 최적화... 이 모든 게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뭘까요?

AI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럼 사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합니다. 그럼 협력합니다.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그럼 축적합니다.

"여러분이 못하시면 누구 도움받아요? 사와라. 뭘 사와? 가장 최신의 인공지능을 사와서..."

그의 이 말이 정답입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강연을 듣고 나서, 물류 업계가 가야 할 방향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1. 단순 물류에서 토탈 솔루션으로

고객사에게 "창고 임대료 얼마입니다"가 아니라
"당신의 물류 전략을 우리가 설계하겠습니다"

2. 내부 역량 + 외부 협력

우리가 잘하는 것: 현장 운영 노하우
우리가 사와야 하는 것: AI, 글로벌 네트워크, 첨단 자동화

3. 경제적 효율 + 정치적 리스크 관리

싼 게 최고가 아닙니다.
안정적이고, 유연하고, 예측 가능한 물류가 최고입니다.


마무리하며

최정욱 교수는 구매 전문가이지만, 이날 강연은 물류 업계에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구매가 없으면 생산도 없다"

이 말을 물류에 적용하면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물류가 없으면 판매도 없다"

물류는 더 이상 비용 센터가 아닙니다. 고객사의 경쟁력을 만드는 파트너입니다.

그가 마지막에 던진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가능한 일일까요?"

네, 가능합니다. 이미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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