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물류를 접수한다③] 라스트마일, 로봇이 문 앞까지 온다
배송로봇 시장의 구조적 기회와 한국형 경로의 조건
물류 혁신의 대부분은 창고에서 시작됐지만, 비용의 대부분은 문 앞에서 발생한다. 전체 배송 비용의 절반 이상을 잡아먹는 '마지막 1km'. 가장 짧은 거리가 가장 비싼 거리다. 그리고 지금, 이 구간을 로봇이 접수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율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0억 달러 규모다. 연평균 성장률(CAGR) 22% 이상으로 커지며, 2032년까지 로봇 세그먼트가 전체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수치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호환이 전제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1편에서 아마존이 창고 내부를 재설계했고, 2편에서 아틀라스가 공장에 출근했다면, 3편의 무대는 도로와 건물이다. 자동화 가능 구간이, 이제 고객의 현관문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이 앞서간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의 선두주자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는 미국 전역 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세이브마트(SaveMart)와 제휴해 온라인 식료품 자율배송을 본격화했다. 작은 6륜 로봇이 보도를 달리며 식료품을 배달한다. 토르토이즈(Tortoise)는 원격조종 방식으로 셀프포인트(Self Point)와 손잡고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십과 다른 점은 완전 자율이 아닌 인간 조종자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라스트마일의 인건비를 로봇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한다.
배송로봇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실외용과 실내용이다.
| 구분 | 실외 배송로봇 | 실내 배송로봇 |
|---|---|---|
| 대표 기업 | Starship, Tortoise, Nuro | 뉴빌리티, 우아한형제들, 중국 기업 |
| 주요 시장 | 미국, 중국, 일본 | 한국, 중국, 일본 |
| 운행 환경 | 보도, 도로 | 건물 내부, 엘리베이터 |
| 핵심 기술 | 자율주행, 라이다, GPS | 엘리베이터 연동, 실내측위, V-SLAM |
| 규제 현황 | 미국 다수 주 허용 | 한국 2025년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 시행 |
| 한국 적합성 | 보도 환경·인구밀도 제약 | 아파트 밀집 → 높은 적합성 |
한국에서 가장 주목할 영역은 실내·실외 통합 배송로봇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니까 무조건 유리하다'는 단순 논리를 넘어, 왜 유리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구조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밀도 수직 주거 환경에서 택배 기사가 매일 수십 개 동, 수백 개 층을 오르내리는 구조는 배송로봇의 효용을 극대화한다. 물동량이 특정 건물에 집중되기 때문에 로봇 1대당 배송 밀도가 높아지고, ROI가 빠르게 개선된다.
한국 배송로봇의 현주소: 뉴빌리티와 배민의 실증
한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플레이어는 뉴빌리티(Neubility)다. 2017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자율주행 배송로봇 '뉴비(Neubie)'를 개발해 도심 배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기술적으로 주목할 것은 라이다 없이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멀티카메라 기반 V-SLAM(Visual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으로 실시간 위치를 추정하고 지도를 생성하며, 자체 개발한 AI 엔진 '뉴빌리티넷(NeubiNet)'이 객체 인식과 경로 판단을 담당한다. 라이다 대비 센서 원가가 낮아 로봇 제조 단가를 줄이는 전략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 스택을 모두 내재화했다.
2024년 8월부터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인천 송도에서 본격적인 로봇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실증이 아닌 실제 상업 서비스다. 뉴비는 시속 최대 7.2km로 운행되며, 주문 후 40분 이내에 음식을 배달한다. 2024년 기준 누적 1만 건 이상의 배달 실적을 올렸다. 서비스 범위는 서울 도심 주거지역과 대학가로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에서는 현대벤디스의 모바일 식권 플랫폼 '식권대장'과 연동해 산업 현장 내 자율주행 배달도 시작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 296억 원. 포브스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선정됐고,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과 납품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25년 1월, 뉴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보행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아 보행로에서 주행이 가능해졌다. 규제의 벽이 한 겹 벗겨진 것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독자적 실증을 진행해왔다. 경기도 수원 광교 아파트 단지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DillyDrive)'로 세계 최초의 D2D(Door to Door)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22년이다. 아파트 각 세대에 QR코드를 부여하고, HDC랩스 서버와 현대엘리베이터 관제시스템을 IoT로 연동해 공동현관문과 엘리베이터 문제를 해결했다.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며 식당에서 아파트 세대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구조다.
이 두 사례에서 읽어야 할 것은 기술의 완성도보다 '한국형 경로'의 윤곽이다. 뉴빌리티는 카메라 기반 저비용 자율주행으로 도심 배달 단가를 낮추는 접근, 배민은 아파트 내부 인프라(엘리베이터, 공동현관)와의 IoT 연동으로 실내 라스트마일을 해결하는 접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십이 보도 위 실외 배달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궤도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성과 인프라다
배송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넘어야 할 장벽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규제다. 2025년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 제도가 시행되면서 규제의 첫 관문은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실증 범위는 제한적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주에서 보도 위 배송로봇 운행을 상시 허용했다. 한국의 규제가 '느린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일부 주가 '예외적으로 빠른 것'에 가깝지만, 그 속도 차이가 시장 선점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실증 결과를 빠르게 제도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인프라의 호환성이다. 실내 배송로봇이 작동하려면 건물의 엘리베이터 시스템과 로봇이 통신해야 한다. 배민이 광교에서 HDC랩스·현대엘리베이터와 연동한 것처럼, 건물별 맞춤 통합이 현재의 방식이다. 신축 아파트에는 설계 단계부터 로봇 호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지만, 기존 건물(한국 아파트 재고의 절대 다수)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엘리베이터 통신 규격의 표준화, 건물 관리 주체와의 협력 모델, 레트로핏(retrofit) 비용의 분담 구조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세 번째는 수익 모델이다. 1편에서 확인했듯 자동화의 ROI는 물동량 밀도에 크게 좌우된다. 한국 편의점의 배달 대행 수수료는 건당 4,100~4,400원 수준이다. 로봇이 이 비용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는 물동량 밀도의 임계점이 어디인지, 실증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RaaS(Robotics as a Service) 모델(로봇을 판매하지 않고 서비스로 제공하며 월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다. 뉴빌리티도 RaaS 플랫폼 '뉴비고(NeubiGo)'를 운영하며 이 모델을 검증 중이다. ABI 리서치는 2026년까지 RaaS 설치 건수가 130만 건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라스트마일을 독립 구간이 아니라 통합 체인의 마지막 조각으로 설계하고 있다.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PBV(Purpose Built Vehicle)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로봇팔을 장착한 자율주행 배송 차량이 거점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고, 거기서 소형 배송로봇이 최종 고객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간선(trunk) 물류와 라스트마일 물류가 로봇으로 연결된다. 1편에서 아마존이 창고 내부를, 2편에서 아틀라스가 공장을 재설계했다면, 여기서는 창고-도로-건물이라는 전체 동선이 재설계되고 있다.
한국이 이 구조에서 주목해야 할 디지털 물류 혁신 거점들이 이미 가동 중이다.
| 거점 | 위치 | 핵심 기술 | 시사점 |
|---|---|---|---|
| 자율주행 공동물류 | 경북 구미 | 자율주행 트럭, 공동물류 플랫폼 | 파워반도체 특화—업태별 맞춤형 접근 |
| 스마트 물류센터 | 인천항 | AI·IoT·로봇 자동화 | 1편에서 분석한 거점형 자동화 모델 |
| 라스트마일 리빙랩 | 인천 송도 | 배송로봇, 엘리베이터 연동 | 한국형 실내 배송 실증 현장 |
| 디지털 트윈 물류 | 경남 |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 계획·시뮬레이션 역량 구축 |
공통점은 '기술 실증' 자체가 아니라 '특정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점이다. 범용 솔루션이 아닌, 환경과 업태에 맞는 접근이 현실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
구미의 사례가 특히 의미 있다. 범용 자율물류가 아니라 파워반도체라는 특정 산업의 물류를 자율주행 트럭과 공동물류 플랫폼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1편에서 '모든 창고에 동일한 처방'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듯, 라스트마일에서도 범용 솔루션보다 업태·환경 특화형 접근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한국의 구조적 기회와 조건
기회는 명확하다. 고밀도 수직 주거 환경은 배송로봇의 최적 시장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만큼 아파트 물동량이 집중된 시장은 드물다. 뉴빌리티가 카메라 기반 저비용 자율주행으로 도심 배달을 상용화했고, 배민이 아파트 D2D 배달의 기술적 가능성을 실증했다. 규제도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 경험이 축적되고, RaaS 모델이 안착하면, 한국형 배송로봇 솔루션이 동남아와 중동의 고층 도시로 수출될 가능성이 있다. 뉴빌리티가 사우디 네옴시티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이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메이요 클리닉과 납품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그 가능성의 초기 신호다.
다만 기회가 자동으로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규제의 '속도'. 실외이동로봇 인증이 시행됐지만 상시 운행이 가능한 범위는 여전히 좁다. 시범사업이 2~3년 뒤에야 제도화되면, 그 사이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다. 둘째, 인프라 표준화. 엘리베이터 통신 규격, 건물 접근 프로토콜, 보안 체계를 로봇 친화적으로 통일하는 작업이 신축뿐 아니라 기존 건물에도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수익 모델의 검증. 한국 택배 시장의 낮은 단가 구조에서 배송로봇이 경제적으로 성립하는 물동량 밀도와 운영 모델의 임계점을 실증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1편에서 아마존의 100만 대가 창고를 바꿨고, 2편에서 아틀라스가 공장에 출근했다. 3편의 배송로봇은 그 자동화 체인의 마지막 고리다. 창고에서 분류하고, 공장에서 조립하고, 트럭이 운반하고, 로봇이 문 앞에 놓는다. 물류의 전 과정에서 인간의 손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아마존이 창고 로봇 100만 대로 물류의 '속도'를 바꿨고,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로 물류의 '형태'를 바꾸고 있다면, 배송로봇은 물류의 '범위'를 바꾼다. 창고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고객의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자동화 가능 구간이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 기회가 있다면 그것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독특한 도시 구조와, 뉴빌리티·배민이 축적한 실증 데이터, 그리고 세계 1위 로봇 밀도가 만드는 산업 생태계다.
로봇은 이미 창고를 접수했다. 공장에 출근했다. 이제 문 앞에 서 있다. 문을 여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와 시장이다. 한국이 가진 카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카드를 언제, 어떤 순서로 내느냐다. 결국 그 타이밍을 잡는 나라가 라스트마일의 표준을 만든다.
참고 자료
- Autonomous Last-Mile Delivery Market Report (2023), 시장 규모 약 $10억, CAGR 22%+
- Starship Technologies — SaveMart 제휴 자율배송 서비스
- Tortoise — Self Point 원격조종 배송로봇
- 우아한형제들, 광교 D2D 로봇배달 서비스 — 블로터 (2022.01)
- ABI Research, RaaS 시장 전망 — 2026년 130만 건 (2026)
- IFR, 한국 제조업 로봇 밀도 세계 1위 (2024)
- 물류트렌드 2026 (BEYONDX)
[연재 순서]
로봇이 물류를 접수한다 ①ㅣ 창고의 주인이 바뀐다ㅣ아마존 100만 대의 의미, 복제의 한계, 그리고 한국의 현실적 선택지
로봇이 물류를 접수한다 ②ㅣ휴머노이드가 공장에 출근한다ㅣ아틀라스의 물류 확장 시나리오와 시장 전망의 현실적 해석
로봇이 물류를 접수한다 ③ㅣ라스트마일, 로봇이 문 앞까지 온다ㅣ배송로봇 시장의 구조적 기회와 한국형 경로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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