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경 전쟁, 물류 현장을 겨냥하다

플랫폼 경쟁의 종착지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망 운영 체계'다

스마트안경 시장이 소비자용 웨어러블을 넘어 산업 인프라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2024~2028년 사이 스마트글래스 출하량이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AI 기능이 결합된 카메라·음성 기반 제품군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성장 수치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기술이 향하는 최종 무대가 개인의 일상이 아니라 공급망과 물류 운영 체계라는 점이다.

표.1 글로벌 스마트안경 시장 성장 전망, 2024년 약 50억 달러 → 2028년 약 100억 달러(연평균 18% 가정)

같은 성장 곡선은 단순한 소비재 확대가 아니라 AI 인터페이스 디바이스의 구조적 확산을 의미하며,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입력 장치가 본격적으로 산업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Meta는 Ray-Ban 협업 제품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확장하는 동시에, AI 비서 기능을 강화해 단말을 ‘실시간 데이터 수집 장치’로 전환시키고 있다. 후발주자로 거론되는 Apple과 Google 역시 AR·XR 기반 인터페이스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디바이스를 통해 확보되는 시각·음성 데이터를 AI 모델 고도화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스마트안경은 더 이상 주변기기가 아니라, AI 운영 체계의 입력 레이어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 변화는 물류 산업에 구조적 함의를 던진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는 AR 기반 웨어러블을 도입한 물류 현장에서 피킹 정확도가 최대 99% 수준까지 개선되고, 작업 시간은 두 자릿수 비율로 단축될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특히 이커머스 확산으로 SKU가 폭증하고 다빈도·소량 주문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작업자의 시야에 직접 정보를 투영하는 방식이 기존 핸드헬드 단말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손이 자유로워지는 차원을 넘어, 작업자의 시선과 동선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전략적 가치다.

물류 기업의 관점에서 스마트안경은 세 가지 축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운영 생산성 고도화 전략이다. 스마트안경을 WMS·WES와 연동하면, 피킹 지시·재고 위치·오류 알림이 실시간으로 시야에 제공되며, 이는 교육 기간 단축과 숙련도 편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성수기 인력 확충이 반복되는 대형 물류센터에서는 온보딩 효율 개선만으로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복잡도가 높은 자동화 설비 환경에서는, 설비 상태나 유지보수 정보를 AR로 시각화함으로써 다운타임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쟁의 본질은 소비자 플랫폼을 넘어 산업 현장 실행 레이어, 즉 WSE에 있다.


WSE(Warehouse Execution System). WSE는 WMS가 생성한 작업 계획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실행·제어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WMS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면, WSE는 ‘어떤 작업자와 설비가 어떤 순서로 수행할 것인가’를 통제하며, 자동화 설비와 작업자 단말을 연결해 초단위 실행 데이터를 수집·피드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마트안경이 이 레이어와 결합될 경우, 작업 지시 → 시야 투영 → 수행 데이터 수집 → 즉시 최적화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실행 루프(Closed Loop Execution)가 완성된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물류 현장을 실시간 데이터 생산 공간으로 재정의하는 구조적 변화다.

둘째, 데이터 자산화 전략이다. 스마트안경은 단순 지시 전달 도구가 아니라, 작업자의 시선 흐름·체류 시간·동선 패턴을 수집하는 센서이기도 하다. 이 데이터는 AI 기반 슬롯팅 최적화, 피킹 경로 재설계, 재고 재배치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트윈 기반 운영 시뮬레이션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입력값으로 작동한다. 물류 경쟁력이 점차 ‘물리적 면적’이 아니라 ‘데이터 밀도’로 평가되는 환경에서, 스마트안경은 현장을 실시간 데이터 레이어로 전환하는 매개체가 된다.

셋째, 라스트마일 및 현장 서비스 확장 전략이다. 배송 기사나 현장 A/S 인력이 스마트안경을 착용할 경우, 고객 정보·배송 지시·설치 매뉴얼을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원격 지원과 실시간 영상 공유가 가능해진다. 이는 서비스 품질을 균일화하는 동시에, 현장 대응 시간을 단축시켜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B2B 물류와 유지보수 서비스 영역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계약 유지율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카메라 기반 디바이스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보안 이슈가 상존하며, 작업 현장에서의 촬영·데이터 저장 문제는 노사 관계와도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광학 모듈·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가와 조달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술 도입은 단순한 파일럿 프로젝트가 아니라, 보안·거버넌스·조달 전략을 포함한 통합 프로젝트로 설계되어야 한다.

리스크와 거버넌스. 카메라 기반 장비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보안 이슈는 상존하며, 데이터 저장·활용 방식에 대한 거버넌스 체계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규제 리스크와 노사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광학 모듈과 반도체 공급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구조에서는 지정학적 변수 역시 전략적 고려 대상이다. 따라서 스마트안경 도입은 파일럿 테스트를 넘어 보안·조달·운영 정책을 포함한 통합 프로젝트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스마트안경 전쟁의 본질은 디바이스 판매 경쟁이 아니라, 누가 산업 현장의 운영 체계를 선점하느냐의 문제다. 소비자 시장에서 축적된 AI 경험이 산업 현장으로 이식되는 순간, 물류 기업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순한 장비 도입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데이터 기반 운영 혁신의 촉매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격차는 벌어진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손에 들어오며 플랫폼 권력이 재편됐듯, 스마트안경이 작업자의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공급망 권력 구조 역시 재정의될 가능성이 높다. 물류 기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호기심이 아니라, 운영 체계 재설계를 전제로 한 전략적 채택 로드맵이다.

디바이스는 안경이지만, 경쟁의 무대는 결국 공급망 인프라다.


참고 자료

  • IDC, Worldwide Augmented and Virtual Reality Spending Guide, 2024.
  • Counterpoint Research, Global Smart Glasses Market Tracker, 2024.
  • Gartner, 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2024.
  • Deloitte, AI in Operations & Supply Chain Report, 2023–2024.
  • McKinsey & Company, The State of AI in Operations, 2023.
  • PwC, Digital Operations Study, 2023.
  • Statista, Smart Glasses Market Revenue Forecas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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