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REAMLINEㅣ85%로 충분한 이유, 숫자 뒤의 진실

김철민

2025-12-05 - 13분 걸림

안녕하세요, 비욘드엑스 구독자 여러분.

"'서울 자가, 대기업 김 부장' 보셨어요? 저도 펑펑 울면서 보고 있는데, 제 이야기 같아서요."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비욘드엑스 인공지능센터 김창수 센터장의 고백입니다. KAIST를 나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을 거쳤습니다. 마케팅 팀장까지 올랐습니다. 완벽한 커리어였습니다. 그런데 명예퇴직을 받았습니다. 물류 스타트업을 창업했습니다. 카카오로부터 100억 원 가까운 투자를 받았습니다. 결국 실패했습니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2억 원에서 700억 원으로 성장한 품고 박찬재 대표가 "어디 가서 하기 어려운 진짜 어려웠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87% 정확도의 AI가 현장에서 23%밖에 쓰이지 않는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물류센터에서 "85%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8년차 현장 대리의 이야기도 시작합니다.

완벽한 숫자 뒤에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물류 웹소설 "Do, 85%" 연재를 시작합니다. 8년차 현장 대리 최도진의 AI 프로젝트 생존기, Episode 1~5 공개합니다.

진짜 어려웠던 이야기

"오늘은 저희가 진짜 어려웠던 얘기들, 어디 가서 하기 어려운 그런 내용들도 넣어서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품고 박찬재 대표의 강연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생존 스토리였습니다. 2015년 2억 원 매출에서 시작해 2025년 700억 원 규모로 성장. 연평균 81.76%라는 숫자 뒤에는 물류를 '비용'이 아닌 '마케팅 도구'로 재정의한 관점의 전환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이용한 판매자들은 일평균 주문량이 최대 179% 증가했습니다. 배송이 곧 매출이 된 것입니다.

업계 최초 당일배송(2019), 24시 주문마감(2023), 주 7일 배송(2024). 40명의 기술 인력이 만든 자체 시스템이 가능하게 한 결과입니다. "빠르면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는 통념도 깼습니다. 저녁 시간 운영과 주 7일 배송으로 건당 고정비가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73,590㎡ 규모의 인프라를 경기도 중심으로 전략 배치하고, 큐텐재팬과 협력해 일본 D+4 도착보장을 국내 최초 구현. 단계적으로 아마존, Shopee까지 확장을 준비 중입니다.

10대 20대가 30대 40대가 되는 시점, 빠른 배송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67일 기다림의 종말

9월에 일한 배송비를 11월에 받는 운송사. 납품 후 67일을 기다리는 중소 제조사. 이 구조적 문제를 AI가 72시간으로 압축했습니다.

전 고위드 이승엽 이사(현 이마고웍스로 이직)가 전하는 공급망 금융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OCR AI가 서류를 인식하고, 검증 AI가 진위를 확인하고, 리스크 AI가 부도 위험을 예측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자금이 집행됩니다.

금리는 절반, 처리 시간은 1/20. 과거 1차 협력사만 받던 혜택이 이제 2차, 3차 협력사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체 공급망의 건강성이 달라지는 중입니다.

세계 공급망 금융 시장은 2030년까지 1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AI는 신뢰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증명된 신뢰를 72시간 안에 현금으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패키징이 관세가 되는 시대

"전 세계 68개국이 패키징 추적과 규제에 대해 밤 11시까지 회의할 정도로 이슈가 뜨겁습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심진기 센터장이 싱가포르와 스리랑카 회의에서 목격한 풍경입니다. 유럽 PPWR 규제는 더 이상 환경 이슈가 아닙니다. 수출 기업들이 제품은 만들지만 패키징 규제 때문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포장재 폐기물 5% 감축, 2040년까지 15% 감축. 달성 못 하면 벌금. 유럽에 수출하는 모든 기업이 대상입니다.

친환경 포장재는 기존 대비 20~40% 비쌉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Re:Box로 연간 400만 개 박스를 절약했고, 쿠팡은 반납형 아이스박스로 연간 15억 원을 절감했습니다. 2030년 이후에는 규제를 지키지 못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입니다.

87% 정확도, 23% 활용도의 비밀

한 식품 유통사가 수요 예측 AI를 도입했습니다. 정확도 87%. 하지만 현장 활용도는 23%에 그쳤습니다. '왜 그렇게 예측했는지' 설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장 관리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숫자를 믿지 못했습니다.

비욘드엑스 김창수 센터장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AI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문제 정의를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물류센터는 재고 관리 문제를 AI로 해결하려 했지만, 필요한 건 2천만 원짜리 바코드 시스템이었습니다. 10억 원짜리 AI는 불필요했습니다.

KAIST 출신, 삼성·LG·SK텔레콤을 거쳐 팀장까지 올랐다가 명예퇴직. 물류 스타트업 창업, 카카오로부터 100억 투자, 그리고 실패. 이 굴곡진 여정이 만들어낸 교훈입니다.

새벽 2시, 7번 라인이 멈췄다

물류 웹소설 "Do, 85%" 연재 시작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 휠소터가 분당 12,000개를 분류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7번 라인은 멈춥니다. 엔지니어는 "이론적으로는 문제없습니다"라고 말하지만, 현장은 다릅니다. 최도진 대리가 손으로 바코드를 긁어냅니다.

"85%. 시스템은 85%만 처리하면 된다. 나머지 15%는 사람이 채운다."

8년차 현장 대리의 철학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순간, 모든 게 멈춥니다.

그런데 메일이 도착합니다. "AI 기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현장 운영 담당자로 선정되었습니다."

3년 전 '빅데이터 배송 최적화'는 3개월 만에 폐기됐습니다. 2년 전 '딥러닝 물량 예측'은 6개월 만에 증발했습니다. AI는 100%를 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완벽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류트렌드 2026』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 선정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미래물류기술포럼이 5년 연속 발간하는 물류 전망서 『물류트렌드 2026-지능형 물류』가 출간 즉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 경제·경영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에 선정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Physical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인간과 협업하고, 에이전틱 AI는 수요 예측부터 배송 최적화까지 전 과정을 자율 관리하는 2026년 물류의 미래를 담았습니다.

KAIST, 인하대, 쿠팡, LG CNS, LX Pantos, 한화오션, HD현대 등 학계와 산업계 최고 전문가 16인이 참여해 ▲기술혁신 ▲시장변화 ▲글로벌 이슈 ▲지속가능성 등 4개 챕터로 물류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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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민

『네카쿠배경제학』의 저자이자, 유통 물류 지식 채널 비욘드엑스 대표입니다.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이 물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공급망의 진화 과정과 그 역할을 분석하는 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 물류 혁신 정책 수립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