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의 기술] 컬리가 10년 만에 흑자를 낸 단 하나의 이유

폐기율 1% vs 업계 평균 5~10% - 빅데이터 시스템 '멍멍이'가 증명한 것

'예측의 기술' - 컬리 편

김포 물류센터, 오전 9시. 센터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새벽 배송을 위해 대부분의 재고가 출고된 상태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직 고객이 주문하지 않은 상품들이 이미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

완도에서 올라온 생전복, 제주에서 온 감귤, 강원도에서 도착한 감자. 이 상품들은 고객의 주문을 받기 전, 즉 전날 밤 11시 주문 마감 이전에 이미 김포 창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컬리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상품을 준비했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포장해서 보냈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고객이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미리 들여놓으면, 주문이 안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답은 간단하다. 폐기다. 신선식품은 재고로 쌓아둘 수 없다. 주문이 없으면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컬리의 폐기율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1% 이하다. 하루 12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면서도, 99%는 정확히 예측해 팔아버린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예측이다. 그리고 마켓컬리는 2025년 1분기, 설립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폐기율 1%가 만든 결과다. 2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31억 원을 냈다.

그리고 2026년 2월 현재,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협업한 '컬리N마트'는 출시 5개월 만에 거래액 7배 성장을 기록했고, 당일배송(자정 샛별배송)까지 출시하며 배송 리드타임을 한층 더 단축했다. 예측이 만든 10년 만의 흑자는, 이제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의 탄생

컬리가 2015년 5월 새벽 배송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속도가 아니었다. 폐기였다. 신선식품은 빠르게 보내는 것보다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먼저다. 아무리 빨리 배송해도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하고, 버리는 순간 마진은 사라진다.

업계 평균 폐기율은 5~10%다. 신선식품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컬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름을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라고 붙였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구매 데이터, 날씨, 프로모션, 계절성, 트렌드 등을 종합해 내일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패턴을 학습하고, 통계 분석으로 오차를 줄인다. 예측 정확도는 98~99%에 달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컬리는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상품을 준비할 수 있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배송할 수 있다. 새벽 배송의 비밀은 빠른 물류가 아니라 정확한 예측이었다.

폐기율 1%가 만든 10년 만의 흑자

2025년 1분기, 컬리는 매출 5,807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의 흑자다. 2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31억 원을 냈다. 신선식품 물류는 돈이 많이 든다. 냉장 차량, 냉장 창고, 새벽 배송 인력. 모두 고정비다. 게다가 폐기율이 높으면 마진은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컬리는 폐기율을 1% 이하로 유지했고, 이것이 흑자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업계 평균 폐기율 5%를 1%로 줄이면 4%의 마진이 생긴다. 신선식품은 마진이 박하다. 4%만 줄여도 흑자와 적자가 갈린다. 컬리가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신선식품 물류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이다.

김슬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폐기율 0.1%에 도전하겠다. 고객의 성향이나 맥락, 상품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상품을 추천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고 쉽게 찾아서 주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폐기율 1%도 충분히 낮은데, 0.1%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예측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다.

컬러 데이터사이언스팀 예측모델
이미지 제공 = 컬리 테크 블로그

PP센터, MFC보다 유연한 선택

2024년 6월, 컬리는 '컬리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 후 1시간 내 배송이다. 새벽 배송보다 빠르다. 비결은 PP센터(Pack & Pick Center)다. 도심형 소형 물류센터로, MFC(Micro Fulfillment Center)보다 규모가 작지만 역할은 비슷하다. 입고, 집품, 포장, 재고 관리를 모두 수행한다.

PP센터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투자 비용이 적다. MFC는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형 시설로 수백억 원이 든다. 하지만 PP센터는 상대적으로 소규모다. 임대 비용과 인력만 있으면 된다. 둘째, 유연하다. MFC는 한번 짓면 위치를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PP센터는 수요에 따라 빠르게 열고 닫을 수 있다.

컬리는 2024년 서대문 북가좌동과 도곡동에 PP센터를 열었고, 2025년에도 서울 인근에 여러 개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김포 물류센터에서 출발하면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PP센터에서는 30분~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퀵커머스의 핵심은 거점의 밀도다.

그리고 2026년, 마켓컬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당일배송(자정 샛별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전날 오후 11시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 자정 전에 받을 수 있다. 기존 새벽 배송(오후 11시 주문 → 다음날 오전 8시 전 도착)에 이어, 배송 리드타임을 한층 더 단축했다. 주문 마감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장보기 사용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흥미로운 점은 PP센터도 예측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PP센터에는 모든 상품을 쌓아둘 수 없다. 공간이 작기 때문이다. 대신 김포 물류센터에서 예측 기반으로 필요한 상품만 PP센터로 보낸다. PP센터는 일종의 도심 전진 기지다. 예측이 정확해야 PP센터도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컨베이어벨트 없어도 98% 정확도

컬리 김포 물류센터에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가 없다. 흔한 컨베이어벨트조차 없다. 전부 사람 손으로 한다. 입고 적치반이 상품을 받아 창고에 쌓고, 집품반이 주문서를 보며 상품을 꺼내고, 포장반이 박스에 담아 냉장 차량에 싣는다. 완전 수작업이다.

그런데도 컬리의 서비스 정확도는 98~99%다. 오출(잘못 출고), 미출(누락), 배송 지연을 모두 합쳐도 1~2%에 불과하다. 어떻게 가능할까. 비결은 시스템이다. 자동화 설비는 없지만 정보 시스템은 철저하다. 모든 상품은 창고 내 '지번'이라는 주소를 갖는다. 마치 아파트 동·호수처럼.

시스템은 주문이 들어오면 어느 지번에 가서 무엇을 꺼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집품 작업자는 스캐너로 바코드를 찍으며 실수를 방지한다. 포장 전 검수 단계에서 한 번 더 확인한다. 사람이 하지만 시스템이 실수를 막는다.

컬리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비용이다. 컨베이어벨트와 자동 소팅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백억 원이 든다. 스타트업 시절엔 그럴 여력이 없었다. 둘째, 유연성이다. 신선식품은 상품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크기도, 무게도, 보관 온도도 제각각이다. 자동화 설비는 정형화된 상품에 최적화돼 있다.

물론 미래에는 자동화를 도입할 것이다. 2023년 개장한 평택 물류센터는 컬리 최대 규모(19만9762㎡)로, 하루 22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부 자동화 설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예측이다. 자동화가 효율을 높이지만, 폐기율을 낮추는 것은 예측이다.

3P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

컬리는 오랫동안 1P(직매입) 중심으로 운영됐다. 마켓컬리가 직접 상품을 사서, 자사 창고에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조다. 품질 관리는 철저하지만 재고 부담이 크다. 팔리지 않으면 손해다.

2024년부터 컬리는 3P(입점형) 비중을 빠르게 늘렸다. 전체 상품의 44%가 판매자 직접 배송 상품이다. 3P는 마켓컬리가 플랫폼만 제공하고 판매자가 재고와 배송을 책임진다. 컬리는 수수료만 받는다. 재고 부담이 없으니 수익성이 높다. 3P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다만 우려도 있다. 3P가 늘면 컬리의 핵심 경쟁력인 큐레이션 역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컬리는 "나와 내 가족이 사고 싶을 만한 상품"만 판다는 철학으로 시작했다. 상품위원회를 열어 70여 가지 기준으로 검토하고, 통과한 상품만 판매했다.

컬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3P 상품도 모두 상품위원회를 거칩니다. 판매자가 아무 상품이나 올릴 수 없습니다. 컬리의 큐레이션을 원하는 고객 수요가 있기 때문에 3P를 하는 것입니다." 1P로 신뢰를 쌓고 3P로 다양성을 넓히는 전략.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카테고리 확장: 뷰티컬리, 패션, 그리고 글로벌

컬리는 신선식품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2022년 11월 '뷰티컬리'를 런칭했고, 2025년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패션도 확장 중이다. 2025년 3월 패션 브랜드 37개를 입점시켰고, 최근엔 21개를 추가했다. 패션 부문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늘면 '패션컬리'로 독립시킬 가능성도 있다.

카테고리가 늘어날수록 예측은 더 중요해진다. 신선식품은 유통기한이 짧아 예측 실패 시 손실이 크다. 화장품이나 패션은 유통기한이 길지만 트렌드를 놓치면 재고가 쌓인다. 예측의 본질은 같다. 고객이 무엇을 원할지 미리 아는 것.

네이버 협업: 예측 시스템이 만든 단골화

컬리는 네이버와 협업해 '컬리N마트'를 출시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서 컬리의 신선식품을 무료 새벽 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컬리의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이 네이버 물류망(NFA)에 합류하면서 배송 효율도 높아졌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2025년 9월 출시한 컬리N마트는 5개월간 월 평균 거래액이 50% 이상 성장했고, 2026년 1월 거래액은 출시 초기 대비 7배 증가했다. 신선식품인 농산물류(야채·채소), 축산물류(소고기·돼지고기)의 1월 거래액은 9월 대비 각각 82%, 74% 증가했다. 달걀, 우유, 두부 같은 초신선식품은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단골화다. 재구매 사용자 비율은 60%로, 10월 대비 2배 증가했다. 컬리N마트 사용자의 90% 이상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이며, 5개월 동안 10회 이상 사용한 '찐단골'은 비멤버십 대비 70배에 달한다. 네이버플러스 앱을 통한 거래액 비중도 80%로 나타나며, 앱 중심 장보기 사용성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왜 이런 성장이 가능했을까. 답은 예측이다. 주문량이 늘면 예측 정확도도 올라간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머신러닝은 정교해진다. 컬리N마트는 단순히 판매 채널을 하나 더 늘린 것이 아니라, 예측 시스템의 학습 데이터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다시 폐기율을 낮추고, 재구매율을 높이고, 단골을 만든다.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 '컬리USA몰'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확장 중이다. 신선식품의 글로벌 배송은 쉽지 않지만, 한국에서 검증한 예측 시스템은 어디서든 통한다. 마켓컬리가 만든 것은 단순히 새벽 배송 서비스가 아니라 예측 기반 신선식품 유통 모델이다. 이 모델은 수출 가능하다.

AWS 클라우드, 밤샘 근무의 종말

컬리 초창기, 기술팀은 밤샘 근무가 일상이었다. 주문이 몰리면 서버가 다운됐고, 배송이 제대로 되는지 밤새 모니터링해야 했다. 새벽 배송을 위해 기술팀도 새벽까지 일했다. 2015년 설립 초기엔 하루 3,000~4,000건 주문을 처리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았다. 하지만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시스템은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컬리는 전면적으로 AWS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커머스와 물류 시스템을 클라우드 친화적으로 재개발했고 마이크로서비스 구조로 바꿨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서버 다운이 사라졌고, 확장성이 확보됐으며, 무엇보다 기술팀이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임상석 CTO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 초기엔 외부 업체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3,000~4,000건 주문을 처리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급성장하면서 한계가 왔다. AWS로 전환하면서 시스템 신뢰도가 높아졌고 기술팀 근무 환경도 개선됐다."

컬리의 빅데이터 시스템 '멍멍이'도 AWS 위에서 돌아간다. Amazon Aurora로 물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머신러닝 모델을 학습시킨다. 클라우드 없이는 예측도, 새벽 배송도, 1% 폐기율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술 인프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전제 조건이다.

예측은 물류의 미래다

컬리의 사례가 물류 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신선식품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이다. 빠르게 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돈을 쏟아부으면 된다. 하지만 폐기율 1%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보내는 것은 아무나 못 한다. 예측 정확도 98%가 있어야 가능하다.

물류 업계는 흔히 "속도, 정확성, 비용. 세 가지 중 두 개만 고를 수 있다"고 말한다. 빠르고 정확하면 비싸고, 빠르고 싸면 부정확하고, 정확하고 싸면 느리다. 하지만 컬리는 예측으로 이 트릴레마를 깼다. 예측이 정확하면 폐기가 줄고, 폐기가 줄면 비용이 내려가고, 비용이 내려가면 속도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예측은 모든 것의 전제다. 10년 만의 흑자는 그 증거다. 그리고 2026년 2월 당일배송 출시, 컬리N마트의 5개월 만에 7배 성장, 재구매율 60%, 찐단골 70배라는 수치는 예측 시스템이 단순히 폐기율을 낮추는 것을 넘어 고객 신뢰와 단골화를 만드는 엔진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컬리가 증명한 것은 이것이다. 신선식품은 속도가 아니라 예측이다. 그리고 예측 기반 물류는 웰니스, 의약품, 화장품 등 유통기한이 있는 모든 상품으로 확장 가능하다. 컬리가 개척한 길은 단순히 새벽 배송이 아니라, 예측 물류의 미래다.

용어설명

트릴레마(Trilemma)는 세 가지 정책 목표나 핵심 요소 중 두 가지는 동시에 달성할 수 있지만, 세 가지 모두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불가능한 삼위일체' 상황을 의미한다. 딜레마(Dilemma)의 '진퇴양난' 상황이 세 가지로 확장된 개념으로, 경제학 및 기술 분야에서 3중 모순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다음 글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 올리브영 올리브베러, 컬리가 공통적으로 증명한 것. MFC, 숍인숍, PP센터 등 고객을 찾아가는 3가지 거점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시리즈]

  • 확신의 설계 ① - 올리브영이 영양제 70개를 진열대에 쌓아둔 이유
  • 확신의 설계 ② - 무신사가 3년간 백화점 입점을 거절한 이유
  • 확신의 설계 ③ - Warby Parker가 안경 5개를 공짜로 보내는 이유
  • 예측의 기술 - 컬리가 10년 만에 흑자를 낸 단 하나의 이유
  • 거점 전략의 3가지 방법 - 올리브영은 MFC, 무신사는 숍인숍, 마켓컬리는 PP센터를 선택한 이유
  • 물류가 완성하는 브랜드 - 확신은 매장에서, 완성은 물류에서

참고 자료

  • 네이버-컬리 보도자료: "네이버, 컬리N마트 '당일배송'으로 속도 높이고 장보기 단골 잡는다" (2026.02.09)
  • 마켓컬리 실적 자료: 2025년 1분기 매출 5,807억원, 영업이익 18억원 / 2분기 영업이익 31억원
  • AWS 한국 블로그: "마켓컬리, AWS 기반 신선 식품 샛별 배송 서비스 구현 사례"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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